지난해 실시된 고려대학교의 2009학년도 수시 2-2 1단계 전형에서 외국어고 출신 지원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8%가 합격해 고교등급제가 적용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2일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수시 2-2 일반전형에 지원한 전체 외고생은 총 4천295명이었으며 이중 합격자는 2천508명으로 58.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합격자 중 외고생 비율을 보면 외고생이 주로 진학하는 인문계 기준으로 일반전형 모집인원 총 661명 가운데 외고 출신 합격자가 201명으로 30.4%였다.
이번 수시 2-2 일반전형에 지원한 전체 수험생은 총 4만772명으로 이중 외고 출신 지원자(4천295명)는 10.5%인 것으로 집계됐다.
권 의원 측은 고려대의 수시 2-2 일반전형이 다른 전형에 비해 내신 비율이 높아 외고생에게 불리하고, 외고 출신 지원자 비율이 10.5%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외고생의 이 같은 합격 비율은 지나치게 높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원외고의 경우 지원자 212명 가운데 무려 89.6%인 190명이 1단계에서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양외고도 지원자 283명 중 251명이, 한국외대 부속 외고는 175명 중 148명이 합격해 합격률이 각각 88.7%, 84.6%를 기록했다.
외고 출신 합격자들의 내신 등급을 분석한 결과 인천외고의 경우 내신 6~8등급인 학생도 2명이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 의원은 "외고생들의 합격률이 이처럼 높은 이유는 내신 6~7등급 이하의 학생들까지 대거 합격했기 때문"이라며 "수시 2-2가 내신 위주의 선발임을 감안할 때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고려대는 지난해 10월 수시 2-2 1단계 전형에서 외고 등 특목고 학생들이 대거 합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교등급제 논란에 휘말렸다.
이와 관련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입시전형이 모두 끝나는 이달 말까지 진상조사를 끝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교협 관계자는 "고려대가 제출한 소명서를 토대로 윤리위원회에서 조사해 처리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권 의원은 이날 대학입시에서 '3불'(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 금지)을 법제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