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육이 영어를 말하는 사람과 영어를 배우는 사람으로 경계가 새롭게 설정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 남미.아시아계 이민자의 급증으로 미국 학교의 모습이 변해가고 있다면서, "교육과 동화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때 미국 사회의 전형적 교육 현장이었던 워싱턴 외곽의 힐턴 고등학교를 예로 들면서 미국의 공교육이 교육과 영어 교습소로 양분돼 가는 모습을 소개했다.
회교도 여학생들이 짝지어 걸어가고 버락 오바마 티셔츠를 입은 히스패닉 학생이 안경쓴 흑인 학생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필리핀계와 온두라스계가 반반인 한 여학생이 밴드 연습실로 향하고 있고, 학생회장은 라오스 난민의 아들이라는 것. 이 학교 학생들의 언어별 분포를 보면 32개국 출신으로 25개의 다른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특히 새로 이민온 학생들을 위해 특별 편성된 영어 교육반과 일반 교실과의 이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필드트립(야외수업)도 따로 하고, 학생조직도 따로 운영한다. '학교 안의 또 다른 학교'인 셈이다.
과테말라 출신의 한 여학생은 "선생님들이 영어를 말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감사한다"며 "그러나 내가 다른 학생들로부터 고립되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내에는 약 510만명의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전체 공립학교 등록학생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또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 동안 60%가 증가한 수치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는 최근 이민자가 급증하고 있는 남미계 출신이 압도적이지만, 필리핀과 인도, 중국.베트남.한국.중동 지역 이민자들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신문은 특히 한국으로부터의 이민은 1980년대 이후 감소 추세에 있지만, 최근 새로운 한국 이민자들의 경우 대부분 아이의 교육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과거 미국의 교육은 모든 이질적인 것들을 한 솥에 담아서 녹여내는 '용광로'에 비유됐다. 그러나 이제는 영어에 익숙지 않은 이민자들이 급증하면서 미국의 다문화에 새로운 도전의 압력을 가하는 '압력솥'이 되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또한 백인 학부모들은 "우리가 낸 세금이 영어를 하지 못하는 이민자들을 가르치기 위한 비용으로 낭비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