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이 24일 이르면 올 여름방학부터 전국 학원들이 오후 10시 이후에는 교습을 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 계획임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각 시도마다 조례에 의해 학원 교습시간을 오후 10시~12시까지로 제한하고는 있으나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으므로 아예 법령을 고쳐 실제 밤 10시 이후에는 학원 영업을 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중앙정부가 학원의 심야 영업을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든 뒤 이를 토대로 경찰력까지 포함한 대대적인 감찰반 단속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사교육을 줄이고 학생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과도한 심야 학원 학습을 규제해야 한다는 취지이지만 법으로 학원시간을 일괄 규제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있는 대책인지 하는 의문을 낳고 있다.
현재도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중 전북을 제외한 15개 시도에서 조례를 통해 학원 교습시간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이는 지난 2006년 9월 '각 시도가 조례로 정하는 범위 내에서 학원 교습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학원법이 개정된데 따른 것이다.
다만 교습 제한시간은 시도마다 제각각이다.
서울은 초ㆍ중ㆍ고생 모두 오후 10시까지, 부산은 초ㆍ중은 오후 10시, 고교생은 오후 11시까지, 경기는 유ㆍ초는 오후 10시까지, 중학생은 오후 11시까지, 고교생은 오후 12시까지 제한하는 식이다.
곽 위원장의 발언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조례가 아닌 법령으로 학원 교습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통일하고 강력한 단속을 펼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별 여건이 모두 다르고 학원 교습시간 제한에 대한 의견도 제각각인데 일괄적으로 제한 규정을 두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오히려 '밤 10시'라는 시간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이를 1시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었다.
실효성에 대한 부분도 논란을 낳고 있다.
조례가 아닌 법령으로 규제를 한다고 해서 과연 얼마나 달라지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는데다 지금도 학원의 불법영업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과연 한정된 인력을 가지고 제대로 된 단속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사교육비를 잡겠다는 명목으로 학원 교습시간을 일괄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학원 교습의 음성화를 초래할 수 있고 온라인 학원 강의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요즘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교육과학기술부도 곽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협의중인 사안이긴 하나 아직 확정된 게 없다. 그냥 곽 위원장의 개인 의견으로 봐 달라"며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미래기획위원회는 어디까지나 대통령 자문기구이고, 미래기획위원회의 아이디어를 실제 정책에 반영해 추진하는 것은 교과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