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10명 중 7명은 과학 시간에 배우는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교사들은 학생과 교과 지식에 대한 이해도는 높지만 수준 차를 고려하지 않은 학급 편성, 과도한 업무 등으로 학생 개개인에 대한 지도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 핀란드, 호주 등과 우리의 중학교 과학 수업 연구를 비교분석한 ‘국내외 교실 학습 연구’를 통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홍미영 박사팀은 우리나라 과학수업의 현주소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3개국의 교실 수업을 살펴보고 우리 교육에의 시사점을 찾아봤다.
호주 최저기준 미달 학생에 학교서 별도 프로그램 제공 핀란드 7학년부터 담임제 없어, 행정업무 떠나 수업 전념 한국 4개 영역 구성으로 비전공 분야 가르치는 것 부담
학생의 다양성을 고려한 수업 운영=우리나라에서는 학습 사전 준비 정도와 성적 등이 다양한 다인수 학급 운영으로 인해 중간 수준의 학생을 대상으로 획일적 수업을 실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각종 수업 자료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학생들의 다양성을 어느 정도 충족시키고 있었다. 호주는 학생의 수준에 따라 학급 편성을 해 차별화된 교수 학습 방법이나 활동 내용으로 학생에 맞추어 수업을 실시하며 핀란드는 학생의 능력에나 적성에 따른 학급 편성은 없으나 학급당 학생 수가 15명 정도로 적어 개별 학생에 대해 교사가 관심을 가질 여유가 있었다.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 대한 지원=우리나라 교사들은 학생들의 수업 이해 정도를 잘 파악하고 있었으나 학교나 교사차원에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별도로 지원하는 데는 업무 부담과 보충지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제한점이 있었다. 호주는 국가수준의 소양 및 연산 시험에서 최저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별도의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핀란드는 학습에 어려움을 겪거나 수업을 장기간 빠진 학생들은 특수교사로부터 개인별 또는 소그룹 보정 교육을 받게 된다. 전체 학생의 20%정도가 일시적으로 보정 교육을 받을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다.
교사의 행정 업무에 대한 지원=우리나라는 교사들이 수업 외 과다한 행정 업무로 인해 수업 준비나 학생에게 피드백을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반면 핀란드의 경우 7학년부터 학급 담임제가 없어 생활지도와 행정업무, 학부모 등과의 의사소통 등 행정업무는 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들이 맡아 교사는 수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
학기와 수업 시간 결정에서의 학교 재량권=우리나라 과학 수업은 45분의 짧은 시간으로 인해 문제 해결을 위한 열린 탐구 등 수행에 어려움이 있다. 핀란드는 1년을 5~6학기제로 세분해 운영, 학기별로 학생들은 적은 수의 과목을 집중 이수할 수 있으며 교사는 두 개의 전공과목 중 학기 당 한 과목만 담당하고 있다. 또 일부 학교에서는 75분제 수업 실시로 실험, 탐구와 토론 등의 활동이 질 높고 여유 있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과학수업 방법=우리나라는 정확한 과학 지식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교사가 내용을 잘 정리해 중간 수준의 학생을 대상으로 핵심 내용을 강조해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학생들은 필기대신 활동지를 읽고 빈 칸을 채우는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 학생 스스로 내용을 이해해 구성하는 기회는 비교적 적었다. 호주는 학생이 나름대로 학습 내용이나 실험 결과를 조직하고 정리해 자신만의 공책과 실험 보고서를 만들어 내게 하는 등 종합적 사고력, 창의적 표현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핀란드는 교사 중심의 전통적 수업이 이루어지며, 숙제를 통한 예습과 숙제 검사를 통한 복습 등 숙제와 필기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었다.
시사점=우리나라 교사들은 학생과 교과 지식에 대한 이해도는 높았지만 과학이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네 영역으로 돼 있어 비전공 영역을 가르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핀란드 교사들은 석사 자격, 5년의 예비교사 교육과정, 전공 또는 부전공한 과목만 가르치는 여건 등으로 교과에 대한 이해도와 자신감이 매우 높으며 이는 교사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과학 수업의 문제점 개선을 위해 연구팀은 ▲탐구 중심으로의 수업 전환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교사 양성기간 5~6년으로 연장 ▲ 행정전담 직원 채용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