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31일 시국선언 참여 교사 89명에 대해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중징계 조치를 단행키로 한 것은 더는 전교조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재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과부는 지난달 26일 1차 시국선언에 참여한 주동자 88명에 대해 해임, 정직 등 중징계를 결정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이들의 징계 수위를 파면, 해임 등으로 격상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이에 따라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은 해임에서 파면으로, 전교조 중앙집행위원 및 시도 지부장 등 21명은 정직에서 해임으로 징계 수위가 높아졌다.
파면은 공무원 징계 가운데 가장 강력한 조치로 이 조치가 확정되면 교사직 박탈과 함께 향후 5년 간 재임용이 금지된다. 사실상 교단에서 퇴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교조 사상 현직 위원장이 파면 징계를 받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전교조는 이번 징계로 말미암아 위원장 파면과 함께 중앙집행위원 전원이 해임되는 사상 유례없는 사태를 맞을 위기에 처했다.
교육당국과 전교조의 대립은 그동안 계속됐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그 강도가 어느 때보다 세졌고, 특히 근래에 최고조에 달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시국선언 관련 징계자 수가 무려 90명에 가깝고 이들 대부분이 전교조를 이끌어 가는 노조 전임자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무관용' 카드를 들이민 것은 집권 2년차를 맞아 교육개혁의 고삐를 바짝 당겨 쥐어야 할 시점에서 전교조에 의해 발목이 잡혀서는 자칫 개혁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전교조는 자율과 경쟁을 기반으로 한 정부의 교육기조에 강하게 맞서 지속적인 교육정책 반대 투쟁을 벌여 왔다.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한 자율형 사립고 설립 계획이 신청 학교수의 저조로 말미암아 다소 차질을 빚은 것도 전교조의 강력한 자율고 반대 투쟁에 기인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여기에 내년 3월 전면 실시를 앞둔 교원평가제를 비롯해 교단사회의 개혁을 몰고 올 각종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에 앞서 사전에 걸림돌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정부의 초강수 조치에 전교조 역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충돌은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파국으로 치닫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교조는 시국선언 참여 교사에 대한 징계를 지시한 안병만 교과부 장관을 최근 직권 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31일에도 전의를 내보였다.
전교조는 성명을 내고 "중징계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시도 교육감 고발, 부당노동행위 제소 등 법적 투쟁과 함께 국제인권위 제소 등 국제적인 연대활동까지 벌이겠다"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
전교조는 또 "교육당국이 현직 위원장을 파면까지 하겠다는 것은 전교조를 아예 교원노조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중징계 방침을 철회할 때까지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라고 경고했다.
이는 정부가 기존의 강경기조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전교조의 사활을 걸고 전면투쟁에 돌입할 것임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돼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의 징계를 둘러싼 파문은 당분간 확산하면서 새로운 정국 변수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돼 정부의 추가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