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익사 사고 책임을 지고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된 초등교사에게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제주지법 형사1단독 이계정 판사는 4일 자신의 반 학생이 수영장에 빠져 숨지도록 방치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제주시 ㅂ초 홍모 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학교의 교사는 학생을 보호·감독할 의무가 있으나, 그 책임영역의 범위 내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보호 감독의 범위였다는 이유만으로 교사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검찰이 “점심식사 후 충분한 준비 운동 없이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물놀이를 하도록 방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15명의 수상안전요원이 안전을 책임지고, 6대의 CCTV와 세 군데에 감시탑이 설치돼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학교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보다 엄격한 잣대로 교사의 과실을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사고 당시 수영장 안내판에 ‘만 4~7세 어린이는 튜브를 사용하지 않을 시 보호자를 동반하거나 반드시 구명재킷을 착용해야 한다’고 기재돼 있긴 하지만, ‘키 120㎝를 넘으면 튜브나 구명재킷 없이도 들어갈 수 있게 했다’는 안전요원 등의 진술로 미뤄볼 때 수영장이 자체 안전 기준을 나이가 아니라 키로 정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키가 133㎝인 이모 군이 수영장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통제하지 않은 것이 피고인의 과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또 “당시 피고인이 인솔한 학생이 38명이나 되는 점에 비춰볼 때 이군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홍 교사가 현장체험학습 전 정규수업시간에 수상안전교육을 실시했으며, 사고 직전 이군이 노는 모습을 사진 촬영하는 등 현장을 이탈하지 않고 학생을 관찰하고 있었던 점도 무죄 판결의 이유가 됐다.
법원은 다만 수영장의 수상안전과장 및 업체에 대해서는 근무지 이탈 및 관리감독의 책임을 물어 유죄를 선고했다.
사건 발생 직후 한국교총과 제주교총은 진상 파악 및 법률 자문 등 상담에 응했으며, 변호사 선임료 250만원을 지원했다. 또 지난해 11월엔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판결 후 제주교총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사건은 무리한 기소로 인해 갖가지 오해와 억측으로 교사의 자존심과 명예에 상처를 입힌 것”이라며 “불가항력적인 사고의 책임을 물어 교사를 업무상과실치사로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데 대해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교육청에 대해서도 “학생들이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시설을 이용할 경우 반드시 계약서를 작성하고 안전, 위생 기준 준수여부를 확인하도록 지도·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