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실시되는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부터 외국어(영어)영역의 지시문과 문항별 질문이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신 수험생 혼란을 막으려 당분간은 영어와 한국어를 병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듣기' 비중은 2014학년도부터 50%로 확대되지만 난이도는 `읽기'보다 훨씬 정답률이 높은 현행 수준으로 유지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초ㆍ중ㆍ고교 영어수업 강화 등을 골자로 한 2010년 업무계획을 22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후속 조치로 이 같은 내용의 수능 외국어영역 평가방법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실용영어 중심의 수업을 강화하기 위해 수능 외국어영역의 듣기평가 비중을 현재 34%(총 50문항 가운데 17문항)에서 2014학년도부터 50%(25문항)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교과부가 검토 중인 수능 외국어영역 개선안에는 이처럼 듣기평가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것 외에도 문항의 지시문, 질문, 선택지를 모두 영어로 제시하고 문항의 난이도, 변별력 등을 조정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현재 수능 외국어영역의 시험지를 보면 지시문(예컨대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과 질문(예를 들면 `윗글의 주제는 무엇인가')은 모두 한국어이고 선택지(오지선다형)는 답안 유형에 따라 영어 또는 한국어로 돼 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은 지시문만 자국어로, 질문과 선택지는 모두 영어로 제시하고 러시아는 질문을 영어와 자국어로 병기하며 인도네시아는 지시문과 질문, 선택지를 모두 영어로 제시하는 등 대부분 `영어시험은 영어로 출제한다'는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교과부는 시험지 유형을 당장 바꾸면 혼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일단 이르면 내년 수능부터 지시문과 각 항목의 질문을 영어로 표기하고 괄호 안에 간단하게 한국어를 함께 적되 단계적으로 질문이나 선택지를 영어로 바꾼 뒤 2014학년도부터는 모두 영어로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과부는 이 같은 방안에 대해 내년 초 설문조사와 공청회,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내년 3월께 확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처음엔 영어와 한국어를 함께 제시하고 점차 영어 표기로 가는 방향이 될 것"이라며 "언제부터 바뀌게 될지 정확한 시기에 대해선 내년 3월에 함께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업무보고에서 발표한 수능 외국어영역 듣기평가 확대 방침이 자칫 사교육 증가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과부는 이에 대해 "2005~2009년 수능 외국어영역 `듣기'의 평균 정답률은 67%로 `읽기'의 56%에 비해 높다"며 "듣기의 난이도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면 읽기의 비중이 떨어져 수험생 부담이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과부는 수능시험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2014학년도 수능 이후에도 듣기의 난이도를 현재 수준으로 맞춰 수험생의 부담을 늘리지 않기로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