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적용될 교육감 및 교육의원의 선거방식을 규정한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이 여야간 정쟁으로 표류하게 됐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가 교육의원 선출방식을 직선제로 할 것이냐 정당 추천 비례대표제로 할 것이냐를 놓고 공방을 벌이다 결국 교육감 예비후보등록 개시일을 하루 앞둔 1일까지도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선거 일정도 차질을 빚게 됐다.
18대 국회 들어 거듭되는 파행으로 빈축을 샀던 교과위는 지방교육자치법에 대한 논의를 미뤄오다 작년 마지막 본회의를 하루 앞둔 12월30일에서야 법안심사소위에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현재 주민직선인 교육의원 선거방식을 정당 추천 비례대표제로 바꾸고 교육감 및 교육의원 입후보자의 교육경력 요구조항을 삭제한 소위안에 대해 일부 교과위원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전체회의 통과가 불발됐다.
교과위는 결국 1월 27∼28일 상임위 논의를 거쳐 2월1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지만 여야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이마저도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교과위가 충분한 논의시간이 있었음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늑장을 부리고, 교육자치라는 법 본연의 취지보다 의원 각자의 이해관계와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면서 이 같은 결과를 낳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법안심사소위에서 직선제의 문제점에 공감해 합의를 해놓고 교육계와 교원단체에서 반발하자 뒤늦게 입장을 바꿔 혼선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과위의 한 의원은 "한나라당은 정당 지지도가 높으니까 비례대표제를 밀어붙이는 것이고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계에서 항의하니까 표를 의식해 합의를 뒤엎은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위의 다른 관계자는 "이번 법안은 여야의 유불리보다 교육계의 로비력과 의원 각자의 이해관계의 영향이 더 크다"며 "민주당에서도 호남과 수도권의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말했다.
한국교총 회장 출신의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은 동료 여당 의원들에 맞서 직선제를 주장했고, 친(親) 전국교직원노조 성향으로 알려진 김영진 의원은 민주당의 직선제 당론 채택을 주도했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교육자치를 위해 직선으로 뽑자면서 교육경력의 바리케이트를 치고, 정치중립을 얘기하며 정당정치에 의해 움직이는 도의회로 들여보내는 것은 모순"이라며 "당리당략으로 접근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은 지난 2006년 17대 국회에서 독립된 기구로 운영됐던 시도 교육위원회를 시도 의회내 상임위원회로 통합하고 직선제로 전환하면서 교육계의 반발에 떠밀려 제도를 제대로 정비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17대 교육위원을 지낸 한 의원은 "당시 교육위원회가 옥상옥이고 학교운영위에 의한 간접선출방식으로 부패의 온상이라는 지적에 따라 교육의원 폐지가 추진됐다"며 "그러나 교육계가 반발하자 시도의회 교육위원회를 일반 시도의원과 별도로 뽑힌 교육의원이 공존하는 기형적인 형태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