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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교내폭력 '위험수위'…"학교가 무섭다"

수십명의 남녀 청소년이 한 여중생의 교복을 강제로 찢고 머리에 케첩을 뿌리는 등 졸업식 뒤풀이로 집단 괴롭힘을 가하는 장면이 찍힌 동영상이 최근 인터넷에 퍼져 누리꾼들의 분노를 샀다.

학교 안팎에서 또래들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학생까지 나오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학교폭력 예방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했다.

◇보이지 않는 폭력 '왕따' = "중학생 女입니다. 그리고 왕따죠. 학교 가기가 너무 두려워요."

개학을 앞둔 지난 1일 새벽 인터넷 카페에 한 여중생이 도움을 청하려고 올린 글이다.

이 여학생은 자신과 관련된 좋지 않은 소문이 학교에 퍼져 친구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면서 이전처럼 지낼 방법을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집단 따돌림은 신체적인 폭력이 동반되지 않으면서도 학생들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교내폭력 유형 중 하나다.

개학 첫날 대전 A중학교에서는 점심시간에 한 학생이 동급생 6∼7명에게 교실과 복도로 끌려 다니며 매질을 당했다. 방학 동안에 상납하라는 요구를 무시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개학을 전후해 교내 폭력이 잇따르는 것은 새로 진급한 학년에서 서열을 세우고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일부 학생들의 빗나간 행동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대전 모 중학교 2학년 A(14)양은 지난 3일 같은 반 친구 등 3명에게 주차장과 공원 화장실, 노래방 등으로 끌려 다니며 얻어맞아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

가해 학생들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라"고 협박하며 휴대전화로 맹세하는 장면을 동영상 촬영했고 노래방에서는 남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옷을 벗기는 낯 뜨거운 놀이까지 강요했다.

A양은 "이 아이들이 1학년 때부터 괴롭히고 폭행해 왔다"며 이틀 뒤 부모와 함께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A양은 부모에게 사실을 털어놓아 더 이상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그나마 다행스러운 경우이다.

울산에서는 2학년 후배들을 상대로 1년간 폭행과 협박, 갈취를 일삼던 중학교 3학년생 8명이 지난달 31일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후배들은 집요하게 괴롭히며 34차례 걸쳐 210만원을 빼앗았고 얼굴에 침 뱉기, 옷 벗기고 때리기, 도둑질시키기 등을 강요했다.

◇괴롭힘 못 견뎌 자살하기도 = 지난해 11월 27일 경기도 수원에서는 급우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중학교 1학년 여학생 2명이 함께 아파트 21층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이들을 자살로 몰고 간 같은 반 여학생 2명은 지난 4월부터 이들에게 돈과 실내화 등을 빼앗거나 폭행해 온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충북도청소년종합지원센터가 작년 10월 도내 12개 시군의 남녀 중고교생 4천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응답자의 20.3%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4.3%는 '실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했다. 또 2.8%는 '1주일에 한두 번' 또는 '거의 매일' 자퇴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을 이런 고민에 빠지게 한 주원인은 교내 폭력이었다.

경기도청소년상담센터가 지난해 7∼9월 중고교생 9천3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의 23.6%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고 10.3%는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청소년상담센터 강유임 자활연수팀장은 "가정불화와 또래의 폭력이 청소년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됐다"며 "청소년들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가정과 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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