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지루함을 견디다 못해 싸우고 소리치고, 장난치기 일쑤인 스쿨버스가 무선 인터넷 시스템(Wi-Fi)을 갖춘 이후 움직이는 공부방으로 변모했다.
1년이면 많게는 수백시간을 스쿨버스에서 보내야 하는 미국 학생들이 이제 버스에서 숙제를 하고 친구와 약속을 하며, 인터넷 검색을 하는 등 통학시간을 귀중하게 활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투산 외곽지역의 한 고교에서 스쿨버스에 무선인터넷 시스템을 갖춘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 가을 이 학교에서 오래된 스쿨버스에 무선 인터넷 라우터를 장착하자 난장판이던 스쿨버스는 조용한 도서관처럼 바뀌었다.
학생들의 열정 넘치는 행동 때문에 발생하던 문제들도 점차 사그러들었다.
버스운전기사인 J.J. 존슨씨는 "남학생들은 이제 주먹을 휘두르지 않으며 여학생들은 컴퓨터를 하느라 아주 바빠졌다, 뛰어 돌아다니는 일도 없다"면서 "버스내 분위기가 아주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엠파이어 고교에 다니는 존 오코넬 군은 역사시간에 내준 숙제로 1차 세계대전에 대한 에세이를 쓰느라 그의 넷북 컴퓨터를 열심히 두들겼으며 통로 건너편의 제니퍼 레너 양도 친구에게 30분 후에 버스정류장에서 만나자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 학교 2학년생인 카일 르타트는 생물시간 숙제를 인터넷으로 제출한 이후 교사로부터 잘 받았다는 답신을 받았다.
이런 인터넷 버스는 통학시간이 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라우터를 판매하는 오토넷 모바일사는 라우터를 플로리다와 미주리, 워싱턴 DC 등에도 판매했다"고 말했다.
미 연방 교육부의 케런 케이터 교육기술과장은 스쿨버스가 정규 교실수업 시스템을 넘어 다른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할만한 중요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이 학교가 있는 베일 지역은 투산 남동부 산간지역으로 425평방마일 면적에 18개 학교가 있으며 학생수는 1만명에 달한다.
부모들 상당수는 전기전자제품 제조업체인 레이시언이나 컴퓨터업체인 IBM 공장에 다니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이 지역은 지난 2005년부터 기술분야에서 남다른 두각을 나타냈다.
새로 설립된 엠파이어 고교는 디지털 스쿨로 지정돼 지자체에서 교과서 대신에 랩톱 컴퓨터를 지급했으며 학교 내에 100곳 이상의 무선통신장치를 내장하고 있어 교실은 물론이고 운동장에서도 강력한 무선인터넷 통신망을 제공한다.
인터넷 버스가 등장한 이후 학생들이 숙제를 해오는 비율도 크게 높아졌다.
물론 학생들이 이 버스에서 숙제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학생들이 컴퓨터 게임도 하고 있다.
이 학교 교장 캘빈 베이커씨는 인터넷 버스 도입 당시부터 이런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그래도 서로를 괴롭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