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 있는 한 초등학교가 어린이와 학부모들에게 너무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숙제를 없애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오클랜드 대학이 지난해 실시한 연구에서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100가지 일 가운데 숙제가 88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난 뒤 뉴질랜드에서 숙제를 없애는 학교가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질랜드 언론에 따르면 웰링턴 소재 카로리 노멀 초등학교는 학부모들에게 보낸 가정 통신문에서 전통적인 학교 숙제를 없애기로 했다며 숙제가 어린이들의 학습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통신문은 그 대신 아이들은 집에 가면 만화책이나 과자 봉지 등에 적힌 문구를 열심히 읽거나 낮말 맞추기 게임 등을 하면서 읽기 능력을 배양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통신문은 "아이들에게 상상력이나 창조적인 능력을 키워주려면 부모들이 숙제를 도와주거나 과외를 시키는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며 "주중에는 텔레비전이나 게임기를 끄고 아이들을 놀게 하고 그들과 대화를 하면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질랜드의 한 방송은 이와 관련, 카로리 학교의 새로운 방침은 학교 공부는 학교에서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 학교의 다이앤 레깃 교장은 "우리는 가정에서 재미있는 대화가 이루어지고 실제로 그것들이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배움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그동안 숙제를 맨 앞자리에 두다 보니 많은 부모들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학교 방침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이 상당히 긍정적이라면서 "아이들의 학습은 재미있어야하고 우리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숙제 없이 학교를 다니다 숙제가 강제적으로 주어지는 고등학교에 갔을 때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교육 전문가인 오클랜드 대학의 존 해티 교수는 지난해 초 자신의 연구 보고서에서 학교 숙제가 일부 학생들의 학습에는 도움이 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시간낭비일 뿐이라며 학교에서 숙제를 준다면 하루에 주는 양이 5분을 넘기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