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정원 대보름인 2월 28일 밤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자밍위안(嘉銘園) 아파트 2단지 옆에 있는 '21세기유치원' 문 앞에는 흩날리는 눈발 속에 우산을 받쳐 쓴 학부모 100여명이 몰려 줄을 서 있었다.
이들은 정월 대보름을 맞아 절정에 달한 찬란한 불꽃놀이에도 눈 한번 깜박하지 않은 채 이 유치원이 올해 몇 명을 모집할지에 대해 열심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보름 축제보다 더욱 간절하고 절실한 아이의 유치원 입학이 이들을 추위 속에 밤새워 기다리게 했다고 경화시보(京華時報) 1일 보도했다.
장(張·女)모씨는 "아들을 1일 오전부터 입학 접수 신청을 받는 이 유치원에 입학시키기 위해 오늘(28일) 오후 8시께부터 유치원앞에서 줄을 서려 했으나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말을 듣고 점심도 못 먹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예비 학부모들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임시관리소조를 세워 대기번호를 나눴는데 오후 8시께 이미 100여개의 번호가 배분됐다.
이 유치원의 모집 인원은 50명밖에 되지 않을 것이란 소문이 나돌아 뒷번호 대기자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밤새 대열을 떠나지 않았다.
베이징에서 유치원 입학이 이렇게 어려운 것은 국립유치원이 적은데다 사립유치원은 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국립유치원은 학비가 평균 한달에 1천위안(17만원)인데 소문난 유치원은 2천~5천위안선이다. 작년 베이징시 정협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베이징시내 1266개 유치원중 국립유치원은 331개로 30%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의 유치원 입학이 뭔지 가족들이 총동원돼 눈이 흩날리는 추위 속에서 밤샘 교대 줄서기가 진행됐고 일부는 몇 백위안(몇 만원)을 주고 줄서는 사람을 고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 학부모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명절이 다 뭐냐"고 반문하면서 "아무리 춥고 힘들어도 밤을 세워가며 끝까지 버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