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의 강력한 시범운영 연장 요구에도 불구하고 3월 새학기부터 새로운 학교회계시스템(에듀파인)이 전면 도입됐다. 회계의 투명성과 책무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존의 단식부기를 복식부기로 전환하고, 이를 정보시스템으로 구현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그 같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작 교육현장은 이에 대한 실질적 이해 및 활용은 커녕 오히려 업무량의 증가 등으로 현실화될 우려마저 가득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1년간의 시범운영을 거쳤다고는 하나 준비 부족과 현장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 및 각급 교육행정기관 등에서 몇 년전부터 사용해왔기 때문에 교육현장만 늦출 수 없다는 정부의 설명은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에듀파인이 도입 취지를 살리고 천대받지 않기 위해서는 첫째, 교원들에게 업무량의 증가로 이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시범운영 및 금년도 예산편성과정에서 대다수의 교원들이 지적한 부분이다. 상세한 예산단가 파악부터 입력 및 처리까지 과거 교원업무로 보기 어려웠던 일까지 담당하게 된 것이 그 이유다. 시스템이 편리해도 업무량이 늘어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교원은 수업과 연구하러 학교에 가는 것이지 잡무처리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교육과 관련없는 일들은 과감히 행정직으로 분장시키는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여 제시해야 한다.
둘째, 처리단계를 단순화하고 타 시스템과의 연계를 원활히 해야 한다. 사안에 따라 11단계에서 23단계까지의 결재절차를 거쳐야한다면 이는 누가보더라도 복잡하다. 또 정부의 보완에도 불구하고 NEIS 자료의 첨부도 잘 안 되고, 시스템 자체도 에러가 빈번하며, 학교컴퓨터 기종도 이를 충분히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터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마지막으로, 보조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지금도 교육현장은 잡무 때문에 수업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동안 교총이 교과부 및 국회 등에 잡무를 줄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교섭 합의도 이끌어낸 것은 바로 그와 같은 이유다. 그럼에도 잡무는 줄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에듀파인 잡무까지 더한다면 교육에 대한 신뢰는 더욱더 추락할 것이다. 보조인력은 실질적인 운영을 지원하고 효율적이고 신속한 업무처리를 위한 최소한의 지원책이다. 교육현장의 의견도 무시한 채 제대로 된 이해와 준비도 없이 도입되는 에듀파인, 과연 교원이 편리하고 업무를 경감시킬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