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 임원선거가 한창인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기상도가 바뀌고 있다.
한 학기 한 명만 뽑아 반장이 우등생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과거와 달리 요일, 주간, 월간 반장 등이 등장하면서 희소성이 없어졌는데도 `반장 엄마'의 부담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일부 학부모는 선물을 내세우면서까지 자녀가 반장 선거에 나가는 것을 뜯어말리고 있다.
광주 S초교 2학년에 다니는 딸을 둔 직장인 황모(38·여)씨는 최근 "반장에 당선됐다"는 딸의 전화를 받고 한숨을 내쉬었다.
황씨의 딸은 선거에서 요일제로 6명을 뽑는 반장에 당선돼 금요일 반장을 맡게 됐다.
황씨는 지난 해에도 딸이 반장을 맡은 탓에 많지 않은 시간을 내 교내 행사에 참석하는 데 지친 터라 올해 다시 딸이 반장으로 뽑힌 것이 탐탁지 않았다.
광주 N초교 3학년에 다니는 아들을 둔 김모(36·여)씨의 한숨은 더 깊다.
김씨는 전업주부라는 이유로 지난해 임원 학부모 학년 대표까지 맡아 학교 행사에 도맡아 '출석'했었다.
김씨는 반장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조건으로 아들에게 '닌텐도' 게임기까지 사줬는데도 다른 학생들이 출마를 안 하는 바람에 아들이 등 떼밀려 반장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심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10일 "학교행사에 참석하는 학부모 수가 때로는 담임교사의 능력으로 간주되기도 한다"며 "특히 전업주부는 시간이 많다는 인식 때문에 학부모 대표 등을 도맡아 열성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은근한 압박도 느낀다"고 말했다.
임원들의 부모는 학기 초 학부모 총회부터 교통지도, 급식검수, 교육과정 모니터링, 강연회 등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임원 회비를 별도로 내야 한다.
심지어 화단 정리, 교내 청소에까지 학부모를 동원해 불만을 사는 학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