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관 개관과 생가 복원은 유가족도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인데 이렇게 이뤄지다니 감격스럽습니다."
23일 울산 중구 동동 613번지 생가터에 세워진 울산출신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 기념관 및 복원 생가 개관식에 참석한 300여명의 인파 속에서 유난히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외솔 선생의 유가족들이다.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손자인 최홍식(57) 외솔회 이사장은 기념관과 복원된 생가를 둘러보고 "감개무량하다"며 "만약 할아버지께서 직접 보셨다면 생가 바로 옆에 이렇게 좋은 기념관이 생긴 것에 무척 흐뭇해 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특히 학생과 후학들이 할아버지가 쓰신 '한글이 목숨'을 통해 한글을 목숨과 바꿀 정도로 중요하게 여긴 정신을, '우리말본' 속에서 한글이 가꿔지고 다듬어진 과정을 보고 배우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외솔 선생의 둘째 며느리이자 최홍식 이사의 어머니인 이혜자(86) 여사는 기념관에 외솔 선생의 친필 원고와 족자 등 유품을 기증했다면서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아버님의 뜻이 담긴 물건들이 영원히 보존될 것 같아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 여사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드셨는데, 아버님처럼 맞춤법 등을 다듬고 널리 알린 사람이 없었다면 우리 말과 글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며느리들, 손자며느리와 나란히 앉아 기념식을 지켜봤다. 이날 기념관 앞마당에 마련된 행사장 초대석의 왼쪽 앞자리 30여석은 서울에서 비행기 등을 타고 내려온 외솔 선생의 유족들이 자리를 빛냈다.
또 외솔회 최기호(67) 회장은 개관식이 열린 이날이 외솔 선생의 40주기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우리가 컴퓨터 자판과 문자메시지를 이토록 빠르고 편하게 쓸 수 있는 것도 다 외솔 선생의 노력 덕분"이라면서 "외솔 선생이 이룬 한글 가로쓰기와 기계화 업적은 우리나라가 IT강국이 되는 기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울산의 어린이와 청년들이 이 기념관에서 외솔 선생의 육성과 옥고, 옥중 시 등을 보며 그의 '나라 사랑과 한글 사랑' 정신을 본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의 외솔 기념관은 외솔 선생의 업적과 유품, 저서 등으로 채워진 전시관과 영상실, 한글교실, 체험실, 생가 등으로 이뤄져 있다.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무료로 개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