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에서 시험관련 사고가 또 터졌지만 평온하기 이를데 없다. 종목도 다양해 이번엔 검정고시 부정이다. 99년 기간제교사 시험 채점오류, 지난해 사무관시험 중복정답에 이은 이번 사고는 시교육청이 각종 시험의 출제·채점·관리를 담당할 기본적인 능력이 있는지조차 의심을 갖게 한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20일 검찰이 검정고시 수험생들로부터 돈을 받고 이들을 부정 입학시킨 혐의로 동부교육청 기획감사담당 최모씨(6급·46)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서야 사건을 알았다. 부랴부랴 모인 간부들은 '수사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한가한 결론을 내리고 현재는 마냥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본청 초등교육과에서 학사담당 업무를 하던 지난해 8월 고입 및 대입 검정고시 수험생 2명으로부터 각각 300만원과 100만원을 받고 백지 컴퓨터 답안지에 정답을 채워 넣어 합격시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5일 실시된 고입 검정고시에서도 같은 부정이 있었는지 확인중이다.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 별다른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지만, 문제는 시교육청이 이같은 사건의 원인규명도 미루고 최씨의 '단독범행' 여부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데 있다. 그 흔한 도의적 책임을 말하는 사람도 없고 오직 최씨의 기획·연출로 끝나 불똥이 튀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검정고시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관은 "장난치기 쉽지 않은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부정 합격자로 알려진 사람들이 소위 '자연뽕'으로 됐는데 최씨가 금품만 수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초등교육과장은 "수사결과를 통보 받지 못했지만 다른 직원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주무 부서와는 무관한 개인비리임을 강조한 것이다. 시교육청의 한 직원은 "기간제교사나 사무관시험 등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담당자들은 오히려 영전했다"며 "이 사건도 하위직 한명 다치는 선에서 끝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것이 예측 가능한 행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