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있으나 교육이 없고, 교사는 있어도 가르침에 열의가 없으며, 학생은 있으나 배움의 자세가 안 돼있고, 학부모는 학교 탓만 한다"
서울교련(회장 최재선·포이초교장)이 지난달 2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주최한 '학교분쟁 예방을 위한 교육공동체 토론회'에서 학부모 김명희씨(영동고 학교운영위원장)는 요즘 우리 교육현장의 풍토를 이렇게 진단했다.
김씨는 "교육공동체란 교육의 주체인 학생이 올바른 사회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교사·학부모·교육당국이 하나되어 교육적 도움을 주는 조직이어야 하지만 오늘의 구성원들은 연대는커녕 자기중심적인 이익추구에 매달려 갈등의 골만 깊어간다"며 "공동체 의식을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교육공동체간 신뢰회복이 최우선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에 나선 김씨는 교사-학부모간 분쟁의 원인을 ▲학부모의 자기자녀 편들기, 가족 이기주의 ▲학부모의 공교육 불신, 사교육 맹신 풍조 ▲상호간 대화부족에서 비롯된 신뢰상실 ▲전문가인 교사의 업무를 비전문가인 학생과 학부모가 평가하게 하는 교원평가제도 ▲학운위의 지나친 관여와 개입 등으로 꼽았다.
또 교사-교육당국의 분쟁은 ▲연령의 기준으로 한 교원 정년단축 등 일부 교권침해에 의한 사기저하 ▲교사가 교육개혁의 주체가 아닌 개혁 대상으로 전락한데 따른 피해의식 ▲학교평가 및 감사대비 등 교사의 수업외적인 과중한 업무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김씨는 학교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공동체 모두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는 공교육만을 탓하기에 앞서 가정교육은 얼마나 이뤄지고 있나 돌아봐야 하고 학교와 교사는 기성세대들의 지식과 문화를 강요하는 방식을 탈피해야 하며 교육당국은 교사중심의 교육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토론자인 김성환교장(둔촌고)은 "학교분쟁은 사후의 보전적 대책보다는 사전의 예방적 조치가 중요함을 감안하여 정부와 교육행정당국은 학교가 교육적 본질추구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지원체제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장은 또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책임추궁에 앞서 행·재정적 지원과 함께 급변하는 사회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도움을 신속하고 적절히 받게 하여 교육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이 이뤄지게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강인수교수(수원대)가 주제발표를 맡았으며 학부모 김씨와 김 교장·엄명석교사(등촌초)·백정흠장학사(서울시교육청)·하죽봉변호사(한국교총 고문변호사)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사회는 허종렬교수(서울교대)가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