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30일 대학별 등록금과 학생 1인당 교육비 등을 발표하자 서울지역 대학들은 이런 정보의 공개는 교육 수요자의 알권리를 위해 필요하다면서도 공개 방법과 내용에 보완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일부 대학은 장학금 혜택 등을 각종 교육 서비스를 고려하지 않고 등록금만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도 보였다.
서종욱 홍익대 입학관리본부장은 "학생들에게 얼마나 많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알리려면 등록금 공시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유기풍 서강대 산학부총장은 "학생과 학부모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등록금을 공개하는 것에 찬성한다"며 "그러나 등록금만 공개할 것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자료를 함께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가 학생 1명에게 투자하는 돈과 투자비의 몇 퍼센트가 등록금에서 온 것인지, 또 정부와 재단에서 받는 지원금은 얼마인지 등을 같이 알려야 한다. 전후 맥락 없이 등록금 액수만 공개한다면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에 대한 정보는 전혀 모른 채 '등록금만 비싼 학교'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약계열 등록금이 가장 높은 성균관대의 한 관계자도 "일정 성적 이상은 100% 전액 장학금을 주기 때문에 등록금이 많다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 등록금만 공시할 것이 아니라 학교의 개별적인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홍익대 서 본부장 역시 "등록금(15위)은 높은 수준이면서 교육비(51위)는 평균에 미치지 못한 대학이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공시된 교육비라는 게 어느 범위까지 포함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우리 대학은 등록금 중에서 장학금으로 돌아가는 비율이 교과부 공식 집계로 전국 3위다"고 말했다.
등록금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난 일부 대학은 정부의 지원이 적은 현실에서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평균 등록금이 가장 높은 연세대 관계자는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재원이 필요한데 사립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너무 적은 상황에서 부담은 결국 학생과 학부모한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관계자도 "교육환경을 개선하려면 재원이 필요한데 외부 발전기금, 지원금 외에도 등록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재원 마련의 방법이다"고 말했다.
교육 관련 단체도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정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장은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최대 20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은 정부가 대학교육의 책임을 소홀히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학 자율화라는 이름 아래 이런 심각한 차이가 일어났는데 결과적으로 정부가 대학을 방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석 한국교직원총연합회 대변인도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투자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권이다. 고등교육재정 투자를 모두 대학의 책임에 맡겨놓다 보니 대학별 편차가 큰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만들어 국가적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