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중(62) 연세대 총장은 대학 입시가 자율화되면 평소 소신대로 대학별 고사를 위주로 전형 절차를 단순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의학전문대학원(4+4)은 '실패한 제도'라고 규정하고 교육당국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대부분 대학이 의대(2+4) 체제로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총장은 오는 8일 개교 125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4일 연합뉴스와 한 단독 인터뷰에서 "대학 수준과 건학 이념에 맞게 대학별 고사를 치르면 학교에 애착심이 큰 학생을 뽑을 수 있고, 같은 시험과 성적으로 학생과 학교를 줄 세우는 문제가 오히려 줄어든다"고 말했다.
1997년 본고사가 폐지됐지만, 사교육 열풍이 사라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학생부, 논술 등으로 입시 절차가 복잡해져 학생 부담이 되레 늘었다고 강조했다.
대학별 고사가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근거가 없는 만큼 맹목적으로 반대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대입 자율화는 2012학년도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2013학년도 이후로 넘어가야 할 것으로 본다. 대입 자율화를 전제로 대학별 고사를 치른다면 예전의 국·영·수 위주 구성이 아닌, 종합적 문제해결 능력을 보는 통합교과형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3불 정책' 중 기여입학제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돈으로 맞바꾸는 것을 뜻한다면 옳지 않고 도입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도 본고사, 엄밀하게는 대학별 고사를 통해 학생을 뽑아야 한다는 것은 평소 소신이라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이 뒤섞인 현 의학교육 체제를 '실패한 제도'로 규정하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연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이 대부분 옛 의대 학제로 되돌아갈 개연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 총장은 "기초연구를 강화한다는 기대와 달리 의전원생이 나이가 많아 임상 분야에 더 몰린다. 6년제 의대가 경쟁력이 좋은 학생이 더 많이 들어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전통 있는 대학은 대다수 옛 제도를 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와 서울대, 고려대 등 12개대는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 운영 중이며,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들 대학이 두 학제 중 원하는 쪽을 선택하게 하거나, 의무적으로 의대를 폐지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다만 의전원을 도입하면서 의대 정원을 이미 다른 쪽으로 돌렸기 때문에 교과부가 정원을 추가 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김 총장은 지난 3월 문을 연 인천 송도 국제캠퍼스와 관련해서는 동문과 기업을 중심으로 1천억원의 발전기금을 모아 이중 절반을 장학금 등 외국학생 유치에 쓰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교환학생이 유학생보다 약 4배가 많은 기존 상황을 벗어나 중국과 동남아 등지의 인재를 공격적으로 영입함으로써 국제 교육 중심지로서 빠르게 송도 교정의 인지도를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또 해외 업무가 많은 유력 대기업들과도 협약을 맺어 외국인 전용 재계 장학금도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1960년 개도국 시절 한국의 우수 두뇌도 미국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유학했다. 이제는 국내 대학도 그런 혜택을 베풀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의대 교수 출신으로 2008년 2월 총장으로 취임해 4년 임기의 절반을 채운 김 총장은 송도캠퍼스를 개교하고 400위권 밖이었던 연세대의 세계 순위를 지난해 151위로 끌어올린 점을 스스로 높이 평가했다.
임기 내 중점 추진할 사업으로도 김 총장은 "학교를 100위권 이내로 진입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8일 개교 125주년 기념식을 개최하고, 앞서 7일에는 홍콩대 랍치추이 총장과 일본 게이오대 세이케 아츠시 총장 등과 함께 대학 자율성 및 재정 건전성 보장 방안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