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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오늘도 교단에서의 행복을 만끽해봅니다

제58회 교육주간-교육수기

한국교총은 제58회 교육주간을 맞아 지난 4월 1차 '아름다운 교육이야기'공모를 실시했다. 따뜻하고 진솔한 교육현장의 이야기들이 응모된 가운데, 사제간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수기 몇편을 소개한다.


■환경미화와 자장면
처음으로 교단에 서고, 담임을 맡은 내 생의 첫 학급이기에 모든 부분에 욕심을 냈었고, ‘환경미화’도 예외는 아니었다. 방과 후이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남겨야 했고, 같이 방과 후에 일할 학생들을 선별해야 했다.

“자, 선생님이랑 오늘과 내일 남아서 수고를 좀 해줄 친구들이 있어요. 반장, 부반장, 미화부장. 자 이렇게 5명이고, 선생님이 자장면 시켜줄 거니깐 너무 불만 갖지 않도록!”

“선생님, 저도 하면 안 돼요?”, “선생님, 저도 끝나고 남을래요.”, “저도 그림 잘 그려요.”

생각도 못한 반응과 상황이었다. 미리 선별한 학생 외에 17명이나 됐다. 대견하기도 하고, 담임으로서 자부심도 느끼고, 이래저래 기분 좋은 반응이었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학교 근처 중국 요리집에 자장면을 시켜서 한 그릇 씩 뚝딱 해치운 후, 계획 한대로 학급 게시판과, 시간표, 알림판 등을 만들고, 오리고, 붙이고 해 오늘 할 일을 마무리 지을 때쯤이었다. 아이들에게 내일 일정과 할 것들을 알려주려고 모두 불러 들였다.

“자, 내일은 점심 먹고 2시까지 교실로 와. 두 시간 정도면 될 거야.”

“네? 그럼 내일은 자장면 안 먹어요?”

“그럼, 전 내일은 안 할래요.”

“저도 내일 그냥 교회 가서 놀래요.”

예상치 못한 반응들이었다. 아니, 아까 낮과는 너무나 상이한 반응이었다.

‘설마, 얘들이 오늘 그렇게 경쟁이 치열 했던 것이 혹시 점심 때 먹은 자장면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투철한 봉사 정신으로 학급 일을 하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여기에 남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단지 남아서 자장면을 먹기 위해 그렇게 불꽃 튀는 경쟁을 했던 것이다. 아이들의 본심도 모른 채, 나 혼자만의 착각에 쌓여 날아갈 듯이 기뻤다가, 실망감과 허탈감에 빠져 기운이 ‘쭈욱~’ 빠져버렸던 첫 ‘환경미화’ 사건. ‘역시 난 초보 담임’ 이라는 것과 ‘알다가도 모를 아이들의 생각’ 이라는 두 가지의 경험속의 깨달음이 환경미화 꼴찌라는 결과보다 훨씬 더 크게 다가왔다.(이창재 효명고 교사)


■꼴찌에게도 박수를!
누님 댁에 들려서 점심을 먹고 집으로 가려고 아파트 정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오토바이 한 대가 뒤에는 손자장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는 노란 깃발을 휘날리며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옆으로 휙 지나가는 것이다.

정문에 다다를 즈음에 오토바이 소리가 더 가까이 크게 들려오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뒤를 힐끗 돌아보는 순간 바로 내 옆에 와서 서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한 건장한 청년이 오토바이를 세우고 헬멧을 벗고는 깍듯이 인사를 한다. 나는 청년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가르쳤던 조금은 어리석지만 마음씨 착한 녀석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박진이입니다." "그래! 반갑다. 오랜만이구나. 그동안 잘 있었니?"

물어보는 순간 손을 쑤욱 내민다.

"선생님! 명함 주세요."하는 것이다. "야! 초등학교 선생님이 명함이 어디 있냐?"

그랬더니 손바닥을 쑥 내미는 것이다. 나는 멀거니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데, 빨리 적어주지 않고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듯 손을 흔들며 독촉을 한다. 손바닥에다가 내가 근무하는 학교와 전화번호를 적어 주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하면서 가던 길을 되돌아 오토바이 굉음 소리를 내며 힘차게 출발하는 것이다.

사라져 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며 10여 년 전 담임시절을 되돌아보며 미소를 지어 본다.

내가 진이를 학급에서 만난 학생 중에 가장 기억을 오래도록 하게 된 것은 보통아이들과 다른 점이 많이 있었다. 체격은 또래 아이들보다 조금 컸지만 퉁퉁하고 눈망울이 똘방똘방하지 못하며, 말이 어둔한데다가 이해력이 다른 아이들보다 늦었다. 그렇지만 잔정이 많고 인사성이 바르며 정직한 아이였다.

새벽같이 일찍 등교를 하여 학교 후문 앞에서 내가 오도록 기다렸다가 내 차가 나타나면, 차 꽁무니를 뒤따라 소리를 지르며 달려와서는 주차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손짓발짓을 다해 열성적으로 도와주었던 아이였다. 쉬는 시간에도 차에 아이들이 장난을 치지 않을까 염려하여 차 주위에서 놀다가 들어오는 것이다.

오늘도 보통아이들 같으면 부끄러워서 모른 채 지나가는 것이 상례인데, 되돌아 와서 선생님을 찾아보는 멋지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꼴찌 진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예의바르고 정직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진이가 너무나 멋지다.(최수룡 대전비래초 교사)




■상기와의 추억

저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제자가 있습니다. 바로 한 팔의 장애를 극복하고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상기입니다.

상기는 학기 초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스스로 친구들을 멀리하려 했습니다. 그런 상기가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는 법을 가르쳐야 겠다고 마음먹고 상기와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 때 상기와의 추억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제가 근무하던 학교는 운동회 때 전체 학생이 음악 줄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운동회 날 상기는 한 팔로 줄넘기를 돌릴 수 없어 줄넘기를 하지 못하고 그냥 시늉만 했습니다. 그런데 짖궂은 친구들이 그런 상기를 놀렸고 상기는 상처를 받고 풀이 죽었습니다.

그런 상기에게 어떻게 하면 상기가 자신의 장애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단체 줄넘기와 2인 줄넘기를 생각해 냈습니다. 2인 줄넘기는 자신의 한 팔과 상대방의 한 팔로 줄넘기를 돌리고 넘기 때문에 한 팔의 장애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5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2단 뛰기, 오래뛰기, 2인 뛰기 등의 대회를 개최했는데, 상기가 놀랍게도 2인 뛰기 1등을 했습니다.

어느 국어 시간에 자신의 꿈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날 상기는 자신은 “격투 선수가 되고 싶어요, 농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 합창 지휘자고 되고 싶어요” 라고 꿈을 말하였습니다. 사실 두 팔을 가진 사람들도 이루기 힘든 꿈이라 친구들은 상기를 비웃었고 저도 상기가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해 혹시나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습니다.

전 그때부터 상기와 함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마침 학교 농구부를 모집한다는 소식에 상기와 매일 오후 농구 연습을 했고 테스트를 통과해 학교 농구 대표 선수가 됐습니다.

그런 후 저는 상기가 자신의 격투선수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상기에게 권투 글러브를 선물했고, 방과 후 시간이 날 때 권투 선수가 꿈인 또다른 친구와 선생님의 통제 하에 권투 시합도 하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상기는 얼굴에 웃음을 찾아갔고, 평소 학원을 다니지 않던 상기가 태권도도 도장에도 가게 됐습니다. 상기는 학예회 때 친구들과 멋진 태권도 시범을 보였습니다.

상기의 마지막 꿈인 합창 지휘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학년 말에 우리 반 학생들을 데리고 합창 대회를 나갔고, 그 합창 지휘를 상기에게 맡겼고 상기는 멋지게 합창 지휘를 해냈습니다. 장애가 꿈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절망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상기! 그런 상기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오늘도 교단에서의 행복을 만끽해 봅니다.(박현성 김해능동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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