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2지방선거에서는 교육 자치를 실현한다는 취지에서 교육의원 직선제가 시행됐지만, 후보자 면면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애초 우려대로 '로또선거'가 되고 말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번 교육의원 선거에서는 후보가 난립했지만, 정당별 지지가 불가능해 정작 유권자는 후보의 공약이나 도덕성, 성향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전국적으로 교육의원 82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 274명의 후보가 등록해 평균 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8명을 선출하는 서울에서는 총 35명이 등록, 5.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후보들이 자신을 알릴 기회가 제도적으로 적었을 뿐 아니라 유권자들의 관심 역시 광역·기초단체장, 교육감 후보들에게 쏠려 후보자 간 공약 경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투표용지 게재순서 추첨이 사실상 당선 여부를 판가름하게 된다"는 말이 일찍부터 교육계 안팎에서 나돌았다.
유권자들이 1번, 2번을 한나라당, 민주당을 상징하는 번호로 인식하는 경향이 큰 만큼 이들 번호를 뽑는 후보가 상당한 프리미엄을 갖게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추첨 당일 앞번호를 뽑은 후보는 '만세'를 불렀지만, 그렇지 못한 후보는 후보자격만 유지한 채 선거운동을 포기하거나 외국여행을 떠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의원 뽑기는 '로또선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은 개표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1번을 뽑은 후보자 대부분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기현상'이 전국 16개 시도에서 공통으로 발생한 것이다.
이런 방식의 선거를 두고 유권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유권자는 "우리 지역에서 나온 후보들이지만 누가 누군지 한 명도 알 수가 없어 아무나 찍었다. 왜 이런 선거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교육대통령'으로 불리는 교육감 선거 역시 큰 후유증을 남겼다.
진보와 보수 후보 간 'MB교육 심판 대 반(反)전교조'의 이념전이 극에 달하면서 공약의 타당성과 전문성, 실현성 그리고 도덕성에 대한 검증은 모두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보수진영은 능력과 도덕성을 떠나 진보 교육감의 당선을 저지할 수 있는 후보라면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진보진영 역시 이번 선거를 진보-보수의 대결로 유도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에서는 2008년 첫 직선제 때 나타났던 투표일 직전의 '물량공세'가 지연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부 후보는 선거가 임박하자 신문과 포털사이트 등에서 전면광고를 통해 집중적인 홍보에 나섰고 이를 본 경쟁자들도 뒤질세라 '출혈경쟁'에 뛰어들었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최소한 30억원 이상을 쓴 후보가 한둘이 아닌 것 같다. 이러다 또 다시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이 재현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은밀한 선거 지원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현행법은 정치인이나 정당에서 교육감, 교육의원 후보를 지원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지만, 일부 정치인이 기자회견에 동석하거나 유세장에 참석하는 방법으로 특정후보를 지원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교육의원 직선제는 올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올해 초 국회도 각종 폐단을 예상해 교육의원을 시도의회에 편입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지방교육자치의 핵심으로 꼽히는 교육감 선거는 다음에도 계속 직선으로 치러질 개연성이 큰 만큼 정책대결이 실종되고 후보 검증이 빈약한 현행 고비용 저효율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고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교육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