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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麗棒子(고려봉자)

(까오리빵즈 : 한국놈)

한국, 중국, 일본은 지리적인 관계로 예로부터 서로 빈번한 접촉을 해왔다. 그러다보면 상대에 대해 좋은 감정을 느낄 때도 있지만 때로는 서운함을 느낄 때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감정이 쌓여 대를 물리다보면 자연히 상대를 얕잡아보는 표현이 나오게 될 것이다. 이럴 때 서로를 비하하는 멸칭이 먼저 만들어지게 되는데, 예를 들어 우리가 일본인을 ‘왜놈’, ‘쪽바리’라고 부르거나 중국인을 ‘되놈’, ‘짱꼴라’라고 부르는 것이 그것이다.

마찬가지로 중국인이나 일본인도 한국인을 비하하여 부르는 호칭이 있다. 일본인은 한국인을 ‘죠센징’ 또는 ‘쭁’이라고 부르는데, 중국인은 일찍부터 우리를 ‘까오리빵즈’(高麗棒子)라고 불렀다. 이 말은 굳이 번역하자면 ‘몽둥이 같은 고려놈’ 정도이다.

하지만 그 유래는 아직 정설이 없다. 대개, 옛날 만주에서 일본 경찰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조선 사람들이 몽둥이 휘두르며 중국인을 괴롭혔기 때문에 이러한 호칭이 나왔다는 설, 몽둥이가 무식함을 상징한다는 설 또는 몽둥이는 남성의 성기를 상징한다는 설 등 수많은 단편적 근거와 추론이 존재해, 중국인들도 사실 이 말의 의미를 정확이 모르고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의식 속에서 이 말은 모욕의 정도가 아주 심한 멸칭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기에 중국인들은 자기네 나라 사람인 산동지역 사람들을 얕잡아 부를 때도 ‘산동빵즈’(山東棒子)라고 부르는데, 산동사람들은 지역도 우리와 제일 가까울 뿐만 아니라 얼굴이나 체격, 호방하고 다혈질적인 성격, 음주가무를 즐기는 취향 등 그 기질이 우리와 매우 닮은 데가 있다.

따라서 ‘빵즈’(棒子)란 한국인이나 산동인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어떤 기질을 나타내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즉, 우리가 가진 직선적인 성격이나 기질을 몽둥이로 형상화한 것이라는 추론이다. 아무튼 요즘 인터넷 상에서 양국 젊은이들간에 서로를 모욕하는 언사를 주고받는 정도가 심해졌다고 하는데, 우리가 앞선 나라의 국민으로서 먼저 점잖고 관대하게 대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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