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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곽노현 무상급식 공약, 예산이 받쳐줄까

"초교 내년 당장 가능" vs "돈 나올 구석 없어"

첫 진보성향 서울시교육감으로 뽑힌 곽노현 당선자가 핵심공약인 '친환경 무상급식' 계획을 실천에 옮길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관건은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예산을 어떻게 조달하느냐이다.

곽 당선자는 만화가인 박재동 화백을 취임준비위원장에 선임하고 9일부터 본격적으로 업무 인수작업에 나섰다.

그동안 '큰 그림'으로만 그렸던 전면 무상급식 프로젝트가 실제 시교육청의 예산 편성안 속에서 구체적인 윤곽을 잡아가야 할 시점이다.

곽 당선자는 지난 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최소한 초등학교는 내년부터 친환경 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할 수 있도록 예산안을 짤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학교도 예산 여건을 검토해보고 1~2학년에게는 가능하면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초등·중학교 무상급식에는 최대 4700억원에서 적게는 4300억원 정도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급식을 고등학교까지 확대한다면 6500억원이 든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전체 학생의 11%인 저소득층 자녀에게 연간 중식비로 56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전면 무상급식을 하려면 예산을 최소한 7~8배, 많게는 10배 이상 늘려야 한다.

하지만 곽 당선자 측은 "무상급식은 돈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잘라 말한다.

곽 당선자 측 관계자는 "25개 자치구청의 교육경비 보조금 등 지원 예산을 5~7% 증액하면 초등학생 무상급식은 당장 내년부터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곽 당선자는 애초 서울시와 50%씩 출자하는 '매칭펀드'를 만들어 무상급식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구상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유있는 계층까지 급식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소득 하위 30% 계층에 대한 선별적 급식안'을 고수함에 따라 펀드 설립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오 시장은 "교육청의 예산 중 상당 부분을 서울시에서 지원하는데 서로 충분한 교감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윈윈하기 어렵다"고 말해 곽 당선자 측 무상급식 공약을 사실상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렇지만 곽 당선자는 무상급식 공약을 놓고 선거 과정부터 보조를 맞춰온 민주당이 서울의 25개 구청장 선거에서 21곳을 휩쓸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서울시의회에서도 민주당이 의석의 75%를 장악함으로써 예산을 따낼 수 있는 '지형'이 절대적으로 유리해졌다고 판단한다. 다만 구의회 원 구성은 단체장 판도와는 달라 변수가 될 수 있다.

교육당국은 곽 당선자의 '무상급식 드라이브'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급식문제는 전형적인 지방 이양 사무에 속한다"고 못박았다. 교육자치가 실현된 마당이라 중앙정부가 지방교육청의 급식 시행방침에 이래라저래라 언급할 여지는 없다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무상급식의 최대한도는 지역별, 소득별 기준을 감안할 때 전체 학생의 26.4%인 197만명 정도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 계산법'도 확연히 달라 초등학교에만 시행해도 예산 한도를 훨씬 초과하고 그만큼 돈 나올 구석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무상급식 앞에 붙은 '친환경'이란 수식에도 논란이 있다.

친환경이란 통상 유기농, 무농약, 저농약을 포괄하는 개념이지만 깐깐한 학부모들에게는 '친환경=유기농'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하지만 국내에 유통되는 유기농 식재료는 전체 농산물의 5% 미만이다.

아토피, 알레르기성 비염 등이 흔한 요즘 아이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은 믿을 만한 국산 먹을거리와 친환경 저농약 식재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산을 조달하려면 구체적인 항목을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무상급식의 실행 가능성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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