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 학생들의 높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상당 부분 중학교 때 성적과 사회경제적 배경에 기인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외고 학생의 수능점수를 중학교 성적과 집안배경·사교육비 등을 감안해 분석한 연구물이 나온 것은 처음으로, 외고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3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펴낸 '한국교육'(4월호)에 실린 민병철 KEDI 연구원과 박소영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의 공동논문 '외국어고 학교효과 분석'에 따르면 외고 학생의 우수한 수능점수(언어·수리·외국어)는 선발효과와 배경효과 영향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고 학생 143명과 일반고 학생 628명의 2008학년도 수능성적 등급과 성별, 사회경제적 배경, 사교육비 규모, 학교유형(국공립·사립), 학습동기, 공부시간, 중학교 성적 등을 심층적으로 비교·분석해 나온 결과다.
연구자들이 조사 대상자를 외고와 일반고 학생으로 단순 구분해 수능점수를 비교한 결과, 언어는 2.1등급, 수리 2.2등급, 외국어 2.5등급의 차이가 났다.
사교육비 규모 등의 학생배경, 공부시간·수업태도 등의 학생과정, 설립유형·소재지 등의 학교배경 조건 등을 유사하게 조정하면 격차가 다소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1.6~1.8등급의 차이가 발생했다.
그러나 외고 학생의 입학 전 성취도, 즉 중학교 성적과 가구수입·사교육비 등 사회경제적 배경만을 고려해 재산정한 결과 언어는 0.6등급, 수리 1.0등급, 외국어 1등급으로 확연하게 줄었다.
민 연구원은 "(오차율을 고려하면) 언어는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고 영·수는 기존 격차가 50% 정도 떨어져 선발효과와 사회경제적 배경이 (외고 학생의 수능성적에서) 50%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외고 학생이 높은 성취 수준을 나타내는 것은 중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했거나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우수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외고에 가면 일반고 학생보다 쉽게 명문대에 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실제보다 부풀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연구를 근거로 "(외고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자율형사립고 역시 중등교육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지 아니면 (외고처럼) 고교입시 준비를 위한 사교육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민 연구원은 그러면서도 수리·외국어에서 유의미한 차이점이 발생한 데 대해 "그 영향의 정도가 개인배경이 미치는 영향에 비해 절대적으로 작지만, 실제 외고 효과라고 볼 수도 있는 부분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