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절부터 일류 중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피나는 경쟁을 해야 하는 각박한 현실이 문학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주니어김영사가 중국아동문학 시리즈 네 번째 작품으로 국내 출간한 '진링의 일류중학교 입학소동'에도 입시경쟁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고된 현실이 오롯이 담겨졌다.
이 작품은 중국아동문학의 일인자로 꼽히는 황베이쟈의 최신작으로, 중국 우수아동 문학상을 받았으며 영화와 TV드라마,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주인공인 '진링'은 초등학교 6학년 소녀로, 공부를 그다지 잘하지 못하는 것만 빼면 착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밝은 아이다.
그러나 진링은 엄마가 원하는 일류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방과 후에도 과외수업을 받고 지능이 비만과 관계가 있다는 엄마의 성화에 못이겨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가 체육시간에 쓰러진다. 방학에도 친구들과 놀지 못하고 쌓여있는 참고서와 문제집을 풀어야 한다.
어린이날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솔직하게 말해보라는 선생님의 말에 진링은 말한다.
"저는 나중에 '타임머신'을 발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스위치를 왼쪽으로 밀면 사람이 금방 늙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 퇴직해서 매일 집에 있으면서 꽃도 기르고, 소설도 보고 카드도 치는 거예요. 시험이나 경쟁, 마음을 졸이는 일이나 돈을 버느냐 마느냐 하는 일들은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이 편안한게 지내는 거죠."
시험과 경쟁을 벗어나기 위해 빨리 늙고 싶다는 진링의 말은 아이들을 끊임없이 경쟁에 몰아넣고 줄세우는 구조를 만들어놓은 어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포동포동 건강한 얼굴에 풀이 춥지 않게 손으로 덮어주는 감수성을 지닌 진링의 캐릭터가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진링의 눈높이에 맞춰 시종일관 유쾌하고 발랄하게 이야기를 풀어가 어른이든 아이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양태은 옮김. 220쪽. 9천500원. 초등 4~6학년 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