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8일부터 2011학년도 대학입학 수시모집이 시작됐다. 올해 수시모집은 각 대학(4년제 기준)의 확대 추세에 따라 전체 모집인원의 61.6%인 23만 5,250명을 선발한다. 특히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의 서울대(61%), 연세대(80%), 고려대(69%), 서강대(65%), 성균관대(65%) 등은 모집 인원의 60% 이상을 수시로 모집한다.
수시는 수능성적을 중시하는 정시와는 달리 내신 성적, 대학별고사(논술, 적성검사, 면접 등), 입학사정관제 등 다양한 전형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특정 영역이나 분야에 실적이 있거나 재능이 있으면 얼마든지 지원 가능하다.
수험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수시모집의 취지는 이해한다. 그렇지만 막상 수시모집에 지원하는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전형료가 만만치 않다. 서울소재 4년제 대학의 평균 전형료는 7만1628원이라고 한다. 한 학생이 평균 3~4곳에 원서를 넣더라도 전형료만 수십 만 원이 들어간다. 100만원을 남게 낸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교과부가 ‘대학알리미’에 공시한 2010학년도 대학별 입학전형료 현황에 따르면 서울의 모 유명 사립대는 지난해 전형료 수입으로 74억3000만원을 받아 25억5000만원을 차액으로 남겼다고 한다. 전형료 총액으로 80억9000만원을 받은 대학도 있다고 하니 그 규모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과거와는 달리 전형 방법이 다양화되면서 이를 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대학들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렇지만 전형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나 평가 수당은 대학에서 보수를 받고 있는 분들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수시모집 확대는 학생들에게 대학입학의 기회를 늘리자는 것이지 전형료를 받아 대학의 배를 불리자는 것이 아니다. 가뜩이나 불경기로 가계(家計)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 문턱을 넘기도 전에 전형료로 인해 등골이 빠진다는 학부모들의 하소연을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는 없다. 정부는 전형료의 기준과 투명성을 재고하는 방안을 속히 마련해 내년 입시부터는 전형료 인하를 적극 유도할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