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진짜 위기다. 교육정책의 난맥상으로 인해 중압감을 느낀다. 저하된 교원 사기를 반드시 되돌리겠다”며 ‘위기론’을 화두로 당선 기자회견을 가졌던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이 10월14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진보와 보수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이 중요하다”며 특유의 ‘안양옥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그가 교총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100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변화는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안 회장은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부산, 경남, 제주, 경기, 충북, 강원, 대전 등 전국을 돌며 교육감을 만나 지역 교육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교‧사대 정원 감축 문제에도 발 빠르게 대응, 교총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매일 아침 8시15분에 사무국 간부회의를 소집해 업무를 파악하고 회원을 위해 발로 뛰는 회장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교장공모제 확대 저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안 회장은 취임 한 달 만에 공모제 비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성과를 얻는 등 교과부와의 교섭을 통해 굵직한 고민거리들에 숨통을 틔워 교총의 대외 활동이 탄력을 받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런 그가 공교육 위기 탈출의 첫 번째 해법으로 꺼낸 카드는 ‘대화’였다. 안 회장은 진보 교육감과의 소통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수능개편안, 교육과정 개정 등 뜻을 같이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지 발언을 하는 가하면, 체벌 금지, 학생인권조례 제정, 무상 급식 등 의견이 다른 현안에 대해서는 쓴 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법학자인 곽노현 교육감에게 “교육 문제를 법관이 판결하듯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교육계 리더에는 맞지 않는 행동”이라 직언을 하는 등 정면 돌파도 서슴지 않았다.
‘따라가는’ 것이 아닌 정책을 ‘선도’함으로써 강력한 교총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취임식에서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정례적 합의체를 만들어 대화하자고 제안한 것도 그 일환이다. 교과부와 교육청, 교과부와 진보교육감, 보수교육감과 진보교육감을 조율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담당해 정부의 정책 파트너로 인정받겠다는 것이 안 회장의 복안이다.
외부 기관뿐 아니라 회원과의 ‘소통’도 한층 강화해 나가고 있다. 젊은 교총의 이미지를 심고 회원들의 생각을 실시간 파악하기 위해 트위터(@kftakorea)를 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피니언을 강화한 본지의 편집체제 개편도 현장 교원들과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함이다. 김정현 시도교총회장협의회장(경북교총 회장)은 “안 회장 취임 후 시도교총과의 소통도 활발해졌다”며 “안 회장을 비롯한 34대 회장단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기댈 곳 없는 교사들의 정당한 권리 찾아 공교육을 살리겠다는 안 회장의 상생(相生)을 향한 발걸음은 이제 100일을 지났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