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9반 기본반 수학수업. 오늘의 주제는 순열조합 경우의 수. 교실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교과교실로 들어오는 학생들과 김한승(사진) 교사는 일상적 이야기를 하며 친근하게 수업을 시작한다.
“기본반 수업의 핵심은 학생들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것이에요. 초등학교에서 배웠을 법한 내용부터 시작해 어렵기만 한 수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거죠. 그래도 지루해할 때는 중간 중간 재미있는 이야기로 쉬어가면서 수업을 이끌어 가는 것이 필요해요.”
원묵고의 수학과 수준별 수업은 3+1체제(상·중·하 3개의 수준별 수업에 1반을 추가해 4개반으로 세분화 시키는 것)로 기본반을 두 개 학급으로 나눠 개별지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물론 교과서도 수준별로 재구성했다.
“학생 실력에 맞는 교재를 개발했어요. 저를 비롯한 많은 선생님들이 교과연구 동아리 활동을 통해 다양한 교재를 만들어 수업에 활용하고 있어요.”
학습 요소를 추출하고, 목표 도달도에 맞게 만들어진 ‘맞춤형’ 교재가 기본반 학생들로 하여금 ‘포기’하지 않도록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합의 법칙, 곱의 법칙에서부터 소인수 분해 개념까지 다시 일깨워 주는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수업시간의 탄력적 운영도 필요해요. 우스갯소리도 해야 하죠. 오늘 이야기한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 이야기도 그런 차원이에요.”
김 교사는 교과교실에 걸려있는 오일러 사진을 보며 함수, 삼각함수 등 교과서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그의 업적을 소개하며 이런 대단한 수학자 때문에 우리가 고생(?)한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노래방과 학원을 거쳐 집으로 가는 경우의 수, 만화책과 시집을 살 경우의 수 등 실제 벌어질 법한 일을 사례로 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결국은 교사의 열정인 거 같아요. 얼마나 열심히 가르치는 지는 아이들이 제일 먼저 느끼니까요. 심화반 아이들에게는 실력으로, 기본반 아이들에게는 버리고 가지 않는다는 관심이 서로 통하면 수업은 잘 이뤄질 수밖에 없어요.”
아침학교, 교과 수업, 방과후학교의 빡빡한 일정 가운데 자율형공립고 운영팀장까지 맡아 쉴 틈조차 없었을 것 같은 김 교사는 지난 주 교과부 교육연구사 시험에도 합격했다. “당분간 아이들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수업을 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며 수업에 임한 김한승 교사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