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일마다 장이 서는 읍지역 학교에서 아이들과 지내는 것이 참으로 넉넉하고 즐겁습니다. 장이 열리는 날, 보부상들이 길을 꽉 채우며 보따리 위에 펼쳐 놓은 홍시, 찐쌀, 메밀묵 같은 먹을거리들을 보면 마치 점방에 들어선 어린애마냥 이것저것 가지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설렙니다.
장날이 걸린 토요일 오후는 사물들에 감춰진 재미난 얘기도 듣고 아이들에게 던질 미끼도 찾기 위해 재래시장으로 나서지요. 장날은 무싯날보다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한층 들떠, 장에 가는 날은 저도 덩달아 부푼 마음이 발걸음을 따돌리고 저만치 앞서 갑니다. 쫀득쫀득한 강냉이를 까먹으며 장 구경도 참 좋고 양념 냄새 풋풋한 국수도 사 먹을 수 있어 더욱 신났습니다. 저의 수준에는 이런 재래시장 풍경이 언제나 잘 맞습니다.
할머니가 싸 온 보자기에 홍시 여남은 개가 남아 있었습니다. 발갛고 튼실한 감을 보니 고향집 납작감을 만난 것 같아 그만 할머니 앞에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오후 내내 아무 입 다실 일이 없으셨던지 할머니는 저를 보자 아들 같다며 홍시 흥정은 간데없고 자식 이야기로 침을 튀기시더군요. 홍시 하나를 손바닥으로 쓰윽 닦더니 풀쑥 저의 입에 갖다 댑니다. 어느새 저는 어머니의 향수에 젖어 있었습니다.
재래시장이나 들판으로 다니며 정겨운 소재들을 물어다가 작문 시간에 아이들과 글짓기를 하는 것은 우리 직업만의 보람입니다. 학생들과 저는 쓴 글을 꼭 돌아가며 발표합니다. 저의 차례가 되어 원고 읽기를 끝내면 아이들이 서툰 솜씨로 제가 쓴 글을 합평해 줍니다. 이런 교감으로 우리는 같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우리들의 생활이 더욱 탄력을 받으라고 교원문학상 공모전에서 힘을 실어주신 심사위원님과 신문사에 진정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갈고 닦겠습니다. 비록 작은 능력일망정 반드시 그것을 교실의 아이들에게로 환원할 것을 약속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