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교리초등교(교장 송기찬)는 행정구역상 부산광역시에 속해 있으나 도심에서 20㎞이상 떨어진 농산어촌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1100여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어 농산어촌 학교로는 제법 큰 규모지만 저소득층, 맞벌이, 한부모, 조손가정 비율이 65%를 차지하고 있어 교육환경은 열악하다. 그런 교리초가 어떻게 방과후학교 대상 최우수상을 받을 만큼 특별한 학교가 되었는지, 교리초만의 차별화 전략을 살펴봤다.
특기 적성 계발 ‘보탬’ 프로그램
12월24일 오전 11시 교리초 운동장. 한 겨울 제법 센 칼바람 아래에서도 유니폼을 갖춰 입은 학생들이 열심히 공을 쫓아 뛰고 있다. 한쪽에선 이리저리 손짓을 하는 코치의 모습도 보인다.
교리초의 방과후학교 축구팀은 유명하다. 생긴지 3년 만인 2009년 기장군수배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방과후학교 축구팀이 지역 축구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전문 축구팀을 운영하는 14개의 다른 학교를 제치고, 특히 운동만하는 축구부가 아니라 공부할 거 다하고 방과 후에 축구하는 교리초의 소문을 듣고 전학을 오는 학생들도 생겼다. 코치를 맡고 있는 박도한 교사는 “학업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축구를 하니 아이들이 더 즐기고, 즐겁게 하다 보니 성적도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10년 대회에서 MVP를 수상한 심수빈(6년)군은 “친구들과 함께 축구하는 시간이 가장 좋다”며 “앞으로도 계속 축구를 해 멋진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렇듯 수요자의 요구를 고려한 교리초의 맞춤형 방과후 ‘보탬’ 프로그램은 외부 전문 강사, 지역사회 자원인사 등을 활용해 18개 강좌가 운영된다. 특히 지자체의 지원을 받은 골프교실, 영화학교 강좌와 지역기관 연계 문화예술, 디자인교육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양질의 강좌를 운영,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축구부는 물론 밸리댄스부도 화랑컵 대회에 출전해 단체부문 금상을 수상하는 등 즐기면서 배우는 ‘보탬’ 프로그램은 그 성과를 톡톡히 나타나고 있다.
교과 심화‧보충 ‘채움’ 프로그램
교실에 들어서니 ‘나만의 악기 만들기’를 주제로 ‘창의적인 악기제작’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부산문화재단에서 지원한 무료 방과후교실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수업만이 아니다. 농산어촌 지역에서는 접하기 힘든 수월성 프로그램인 창의과학, 창의수학교실은 지역영재원에 강사로 활동하는 교리초 교사들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권민석(3년)군은 “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찰하니 호기심이 많이 생겼다”며 “정말 내가 과학자가 된 것 같다”는 소감문을 쓰기도 했다. 강민욱(4년)군은 “여러 가지 교구를 활용해 수학의 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정말 재밌다”며 “수학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방과 후에 학원을 가지 않고 학교 안에서 부족한 교과와 심화된 수월성교육까지 받을 수 있는 ‘채움’ 프로그램은 17개 강좌 32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우선 교리초 교사 19명이 무료로 수준별 심화‧보충수업을 진행한다. 학년별로 기초반, 튼튼반을 수준에 따라 개설해 자신의 실력에 맞는 교실로 이동, 부족한 부분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심정희 교사는 “학생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본교 교사가 무료로 보충 지도를 해주니 학생‧학부모 만족도가 높다”며 “기초학력부진학생이 57% 감소하는 등 학력신장 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부산교육청에서 인정한 우수 민간업체 위탁을 통한 교과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M-kid's 잉글리시, 수리수리 맛수학, KNN 명품수학 등을 위탁 운영함으로써 업체 자체가 보유한 안정된 콘텐츠와 체계적 강사 관리로 강좌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 사교육비를 경감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학부모 이은희(39)씨는 “학교에서 교사와 강사가 함께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라 더 믿음이 간다”며 “수강료도 학원의 1/3수준이라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All-Day Service ‘돌봄’ 프로그램
06:30부터 21:00까지 하루 종일 보육이 가능한 돌봄 교실도 교리초의 특징이다. 매일 오전 7시면 아이들은 출근길 부모의 손을 잡고 하나 둘 등교를 시작한다. 돌봄 교실의 보육교사는 따뜻한 아침 식사까지 챙겨주며 아이의 학교생활을 책임진다. 방과 후에는 1~2학년을 위한 오후 돌봄 교실을, 퇴근이 늦은 맞벌이 가정의 자녀를 위한 저녁 돌봄 교실은 밤9시까지 운영된다.
조미숙 보육교사는 “아침부터 밤까지 알찬 보육과 안전귀가를 책임지고 있다”며 “보육교실은 학교 안의 작은 가정”이라고 말했다. 송기찬 교장은 “돌봄만이 아니라 숙제지도, 독서교실, 방과후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 학부모 만족도가 높다”며 “내년엔 돌봄 예산을 지원받는 만큼 더 차별화된 프로그램과 내실화에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리만의 차별화 전략
단기검증 즉각반영제= 방과후학교 1기 운영기간인 8주 단위로 모든 강좌별 강사의 수업력, 교육내용, 수강료, 운영 등 세부 항목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다음 기에 즉각 반영하고 그 결과를 학부모에게 알린다. 송 교장은 “수요자의 만족도 향상을 통해 방과후학교 참여도를 높이고자 8주 단위로 검증해 반영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며 “방과후학교 운영에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폭넓게 제공한 것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사 수업력 향상을 위한 교사 1:1 코칭 프로그램= 외부강사나 위탁강좌 관리, 강사의 수업력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교리초 교사들이 강사를 지도 관리하고 있다. 교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 외 모든 외부강좌에 대해 강사와 교사가 짝을 지어 방과후학교 과정안 작성 및 교수‧학습 기술공유, 프로그램 운영관리 등을 1:1로 지원한다.
틈새 프로그램 ‘사이버공부방’ 운영= 사이버공부방은 정규교육과정이 끝나는 시각부터 오후 5시까지 방과후학교 강좌 수강을 위한 틈새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강좌 간 비는 시간을 이용,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컴퓨터 10대를 구비해 온라인 강좌인 부산사이버스쿨 점프, ebs 교육방송의 교과프로그램을 활용한 국어, 수학 개별지도가 이루어진다. 여기에도 교사들이 참여해 자기주도적 학습력과 학력 신장을 위한 지도를 하고 있다.
“교사들이 직접 나선 것” 방과후 성과의 원동력
송 교장은 “지역 특성상 학력 신장부터 특기적성, 돌봄까지 아우르는 시스템이 필요했다”며 “현재 18개의 위탁 수업을 포함한 40여 개 방과후 강좌에 모든 학생이 참여해 최소 1개 이상씩 수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내년부터는 사회적기업인 부산행복한학교재단(상임이사 박원표 전 부산 서명초 교장)에서 방과후학교 강사를 지원받게 돼 좀 더 양질의 수업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송 교장은 “교리 방과후학교의 성공은 이렇게 외부기관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교리초 교사들이 직접 나섰기 때문”이라며 “교사들의 협심된 노력이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나, 학교에서, 최고의, 다양한 학습을’ 이라는 방과후학교 캐치프레이즈처럼 학교에서 최고 수준의 다양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난 2년간 쉼 없이 달려온 교리초 교사들. 그들은 늘어난 강좌 수, 사교육비 경감, 방과후학교 대상 최우수상 수상 등 가시적으로 드러난 성과보다 소중하고 값진 것은 “우리 아이들 가슴 속에 지역의 한계를 넘어, 실력을 키우고, 미래를 꿈 꿀 수 있는, 뿌리 깊은 희망을 심어 준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