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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남자 선생님 어디 없나요?”

교사 성비불균형 심각…학교 현실은


경기 광명 하안북초는 최근 지진대피 훈련을 하면서 학교장이 직접 한 반 학생들을 통솔했다. 그날 따라 유독 아이들이 통제가 안 돼 담임교사가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말썽을 피우던 아이들은 곧 제자리를 찾았고 무사히 훈련을 마칠 수 있었다.
 
이렇게 교장이 직접 학생지도에 나선 것은 하안북초가 교장을 제외하고 교감을 비롯한 교원 36명 전원이 여교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명 있던 남교사가 다른 학교에 전근 가면서 남교사가 한 명도 없는 학교가 됐다. 교육과정 운영상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간혹 생활지도 면에서는 남교사의 역할이 절실할 때가 있다.

박찬문 교장은 “교직 생활 40년 만에 남교사가 없는 학교는 처음”이라며 “남선생님이 없다 보니 학생 생활지도, 현장체험학습, 학교운동회 등 학교 운영 면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 늘어가는 여교사, 줄어드는 남교사 = 학교 현장에 갈수록 남교사가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학교급별 여교사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초등의 경우 1990년 절반(50%)이던 여교사 비율이 2000년 66%, 2004년 70%, 2009년 74.6%로 증가해왔고 2004년 이후로는 교사 100명 중 75명이 여교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교사 성비 불균형 문제는 이제 수치뿐 아니라 교육현장에서 바로 피부로 느낄 정도가 됐다.

◇ 생활지도, 체육활동에 특히 어려움 많아 = “짧은 바지는 입으면 안 된다고 학생인권조례 어디에 나와 있나요?” 6학년 담임 황현미 교사는 학생 생활지도에 부쩍 어려움을 느낀다. 학생인권조례 시행 후 여학생들과도 갈등을 빚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골칫거리는 열심히 지도해도 어렵기만 한 남학생들의 생활지도다. 전임교에서는 남교사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도움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다.

황 교사는 “여교사, 남교사에 적합한 교원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교직 생활을 하면서 느낀다”면서 “섬세하고 꼼꼼하게 지도하는 것이 여교사의 장점이라면, 아이들을 통솔하고 부딪히며 생활지도하는 면에서는 남교사가 뛰어나 학교에서도 상호보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옥주 교감은 체육 활동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 교감은 “학생 720명 중 100명이 축구반일 정도로 학생들의 축구 사랑이 남다른데 외부강사와 함께하는 방과후 수업 외에는 아이들과 몸으로 부딪히며 교감하고 함께 뛰어줄 교사가 없어 안타깝다”면서 “교사 성비 불균형 문제는 교육현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근본 해결책은 ‘교원에 대한 인식의 변화’ = 전체 교원 49명 중 9명이 남교사인 서울 강신초도 남교사 수가 줄어드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진만성 교장은 “아직 9분의 남교사가 있지만 성비불균형 문제는 매해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단순히 남교사 할당제를 논할 것이 아니라 교대에 우수 남학생 유치를 위해서라면 92년 폐지된 교대 학생 병역특례제(RNTC) 같은 파격적인 대책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교사인 노형근 교사는 “남교사 수가 적어 학교의 온갖 잡다한 일을 모두 도맡아 하는 등 역차별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면서 “무엇보다 학교에 남교사가 꼭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학부모 이현숙(36) 씨는 “아이는 어른을 배우고 자라는데 남학생들의 롤모델이 없다는 게 아쉽다”면서 “6년 내내 여교사 담임만 거치는 학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아이들이 남교사에게 배울 기회가 늘었으면 하는 것이 학부모의 바람”이라고 했다.

남교사 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서는 학부모, 교사 모두 ‘교원들의 지위 향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현미 교사는 “언론이 마치 교단이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보도하고 학생과 학부모는 더 이상 교사를 존경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우수 인재를 유치하려면 사회적인 이미지가 중요한데 무엇보다 남학생들이 교직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부모 김선숙(47) 씨는 “남교사 부족은 남학생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할당률을 높이는 것보다 근본적으로 교사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면 자연스럽게 풀릴 문제”라며 “남교사를 유치하고 계속 머물게 하려면 교직이 경쟁력 있는 직업이 되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현행 교원임용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석화 교사는 “현행 임용 방법이나 절차가 교원 자질의 한쪽 측면만을 강조해 평가하기 때문에 여교사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면서 “어려운 일이겠지만 남교사의 특성을 살려 시험을 볼 수 있도록 교원임용 방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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