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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집중이수 전학생 대책 有名無實

서류상 이수, 학부모에 책임전가 등 편법만
교총 “학기당 8과목 제한 풀어 자율권 줘야”

“중1 담임인데 1학년은 도덕수업이 없어요. 진로교사도 담당하고 있어 진로수업을 통해 간간히 아이들을 만나는 게 수업태도를 볼 수 있는 전부죠. 도덕교사가 2명인데 1명은 기간제라 경력 1.5년인 제가 교과부장에 학적 업무까지 맡고 있어요. 1학기엔 2학년 앞 반을, 2학기엔 2학년 뒷 반을 가르치고 있어 고입내신 성적처리도 걱정이고 전학생 문제도 지원청도 학교에서 알아서하라고만 하는데, 다른 선생님께 여쭈어도 잘 모르겠다고만 하시네요.”(경기 시흥 ㄱ중학교 교사)

집중이수제에 대한 신임 교사의 호소에 가까운 발언이다. 문제는 이것이 이 학교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부터 중1, 고1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교과 집중이수제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전입생의 미이수, 중복이수 등에 대한 실질적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집중이수제는 2009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과목수를 줄여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경감한다는 취지로 도입, 학기당 8개 과목에 맞춰 일부 과목을 특정 학년 또는 학기에 몰아서 이수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집중이수로 인해 과목별 교사수급이 어려워져 기간제 교사가 늘어나거나 상치교사 발생 등 교육과정운영에 어려움이 생김은 물론 학교마다 과목을 배우는 시점이 달라 전학생의 경우 이미 배웠던 과목을 또 배워야하거나 배울 기회조차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일반사회와 지리는 두 번 듣고 있고 한국사는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다”는 서울 ㄴ자사고에서 ㄷ일반고로 전학을 온 맹산하 군은 “워크북까지 똑같은 지리는 두 번 들으니 성적이 잘 나와 저는 좋지만 다른 친구들한테는 미안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인터넷 강의는 60점만 넘으면 이수가 되니까 아무래도 대충하게 된다”면서 “이렇게 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사회(지리 전공)교사인데 도덕을 같이 가르치고 있다”는 서울 ㄹ중학교 교사는 “교육청은 미이수 내용이 1/3 미만이면 학교에서, 그 이상이면 지원청이나 거점학교에서 지원하라고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지역교육청에서는 방과후나 방학을 활용한 보충학습 등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효성 없는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경기도 ㅁ고교 미술 교사는 “우리 학교를 비롯해 대다수 학교들이 서류상 이수라는 편법을 쓰고 있다”며 “심지어 과제물 이수를 타학생의 과제물로 대치해 이수한 것처럼 꾸며두는 일도 다반사”라고 폭로했다. 그는 “아마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학생 필체가 같은지 검사하라’는 지침이 내려올 것”이라며 “교과부는 근본적으로 소수 전학생에 대한 대책 수립 의지가 없다”고 비꼬았다.

서울 ㅂ중학교 교무부장은 “과학이나 사회, 도덕은 그래도 보충을 받겠다고 하지만 기술‧가정이나 예술은 보충학습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한 학습결손을 학부모 책임으로 전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일부에서 미이수, 중복이수로 인한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데 대책은 안일하기 그지없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지난 8월 “집중이수 문제의 원인이 학기당 과목 수를 8개로 제한하기 때문”이라며 편성과목 수를 학교자율에 맡겨 과목 편성에 융통성을 부여할 것과 전학생 근거리 배정 원칙의 폭을 넓혀 유사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로 배정하는 등 유연성을 발휘해 줄 것을 교과부에 요청했다. 또 교총은 시도교육청협의체를 구성, 인터넷 강의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하는 등 보충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함께 대처할 것도 제안한 바 있다.

한편 지난 5월 학부모정책 간담회에서 이주호 장관은 “교육청별로 미이수 대책과 예산 책정이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집중이수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하겠다”고 답했으나 이후 교총 등이 요구한 대책에 대해 특별한 대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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