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총장들이 14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제7차 총회에서 최근 감사원의 등록금 감사와 대학구조개혁 등으로 대학의 자율성이 훼손됐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국민대 콘서트홀에서 열린 이날 총회 겸 세미나에서 최호준 경기대 총장은 "대학이 학문 탐구와 자유의 전당이 아닌 평가 순응기관으로 전락했다"며 "대학을 둘러싼 외부기관들이 대학을 통제, 감시, 평가의 대상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최 총장은 "정부가 부실대학 평기기준에 등록금 인상률을 포함해 대학의 등록금 결정 내용 자체를 변화시켰다"며 "대학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율성이 무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호성 단국대 총장은 "대학의 자율은 거의 퇴색이 됐고 많은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며 "입시문제에서도 논술, 입학사정관 비율, 본고사 등 대학의 자율성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들이 잘하지 못한 부분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승훈 대불대학교 총장은 "대학 내에서도 반성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월금 문제만 해도 예산을 명확하게 책정하고 회계기준에 맞춰 원칙을 지키면 오해가 덜하지 않겠나"고 지적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대학구조개혁에 앞서 대학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노력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임덕호 한양대 총장은 "대학이 사회적 책무성 강화와 교육비 삭감이라는 이중 압력을 받고 있다"며 "각 단과대학 운영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자율책임경영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임 총장은 "단과대학이 예산을 자율적으로 편성, 집행함으로써 비용구조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학과 간 경쟁을 통해 효율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승안 나사렛대 총장은 "지역대학은 인구감소 문제가 수도권보다 심각하기 때문에 재학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대학 특성화를 강화해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중도 탈락률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등록금과 구조개혁 관련한 많은 정책의 큰 틀이 잡혔다"며 "큰 틀의 방향은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책무성을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그동안 대학의 책무성에 대해 눈감아온 부분도 강하게 책무성을 요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대학들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쪽으로 정부 정책의 틀을 잡아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