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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자신의 생각을 쓰고, 말하게 하라!

② 독서 실태와 활성화 방안

“텍스트 말고, 자네 생각 말이야. 자네 생각!” 
“텍스트에 내 생각이란 것은 없는데…”  
  - 책 ‘대한민국 교육을 바꾼다, 디베이트’에서

학교-도서관 MOU 체결, 책 구입 시 학교요구 반영
교과 연계된 도서목록집 발간 등 실질적 도움 제공

▨ 우리나라의 독서 지원
• 교과부의 독서 활성화 방안
=현재 교과부는 ‘학교도서관 진흥 기본 계획’을 추진해 나가면서 ‘학교독서교육 및 도서관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그동안 도서관에 초점을 맞춘 독서정책에서 나아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독서교육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특징을 갖는다. 7월 발표된 ‘초․중등 독서 활성화 방안’은 정부의 독서교육 정책에 대한 방향이 잘 드러난다. 세부 항목으로는 ① 학교생활 내 독서 강화 ② 교원․학부모 독서교육 역량 강화 ③ 독서 친화적 환경 조성 ④ 학교․지역 중심의 독서문화 운동 전개 ⑤ 독서 활성화 지원체제 구축 등이 있다. 2005년부터 꾸준한 독서교육 운동을 펼쳐 학생들이 직접 쓴 책까지 출판하고 있는 대구교육청을 비롯한 교육청 차원의 독서교육 지원 사례를 살펴본다.

• ‘자원’ 초점 부산교육청=‘지원’이라는 부분에 명확하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특징적인 것으로는 학생의 독서활동 상황을 누적 관리해 진로․진학 지도 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를 위해 학교생활기록부에 ‘독서활동상황’란 기재를 실시하고 있다. 또 예산지원, 역량강화 연수, 우수사례 일반화를 목적으로 연구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 교과 연계 도서 비치한 인천 주안도서관=학교와 연계해 과제지원센터 학습지원 및 교과연계 독서논술지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안도서관은 과제 해결을 위해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에게 관련 자료 활용법을 지도해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또 학교 도서관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학생 발달단계, 흥미, 학습 수준 등을 고려한 교과 연계 도서 제공, 독서논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자료구입 시 학교의 요구를 우선적으로 반영해 교과연계 도서목록집을 발간, 실질적 도움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러한 체계는 독서환경의 변화 및 사회적 요구에 적합한 지원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교과부나 교육청이 아닌 민간단체의 독서교육 지원 사례로는 ‘100북 클럽’ 및 ‘한국독서능력개발원’이 대표적이다. 정부 차원에서 수행하지 못하는 유연성과 참신함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 독서 모임의 허브: ‘100북 클럽’=‘100북스 학습독서공동체’라고도 불린다. 100북 클럽이 관심을 갖는 주제를 살펴보면 천문우주, 뇌과학, 경영경제, 창의성디자인, 수학, 인문고전, 생물학, 우주의 진화 등 분야가 구체적이면서도 전문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참여의 폭도 고교생에서 직장인, 연구원, 교수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 비결은 100북 클럽이 가입 제한이 없으면서 동시에 중요한 활동 기준을 ‘친목’과 ‘학습 독서’로 간단하게 설정, 이것만 만족시키면 어떤 활동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독서클럽의 교류로 독서모임 허브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 독서 문항 개발: 한국독서능력개발원=2001년 범국민적 독서운동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단법인으로 눈여겨 볼만한 사업은 독서관련 진단과 문항개발이다. 진단의 대상에는 독서환경과 독서능력이 포함된다. 독서환경의 경우 학생들의 흥미, 태도, 습관 등을 진단함으로써 독서라는 행위가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함을 강조한다. 독서능력 진단 역시 독서와 평가이론에 기반을 둔 다양한 문항들을 개발해 학교시험과는 별개로 학생 독서능력을 진단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독일 ‘북스타트’운동 올해부터 8년간 국가가 지원
영국  학문적 검증거친 자료 학생 찾아 직접 전달

▨ 외국의 독서 지원
• 독일: 독서진흥재단(Stiftung Lesen)=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의 ‘읽고 쓰는 생활’(literary life) 수준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독서지도자 양성보다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독서활동들을 조직하고 교사의 수업자료들을 제공하는 것이 활동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2011년부터 8년간 연방 교육부로부터 ‘읽기시작-독서를 위한 3단계’ 프로그램을 위탁받아 1세~초1까지 아동을 대상으로 총 2600만 유로(원화 약 390억)를 지원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북스타트’ 운동으로 소개된 바 있으나, 국가수준 기관에서 단일한 체제 하에 진행된 사례는 없다. 2008년 세계 각국의 독서추진․지원 활동을 소개하는 웹사이트 ‘Lesen weltweit’도 운영하고 있다. 독서 및 독서교육에 대한 정보 교환·공유와 국제 비교사이트로 각국의 활동 소개 외 독서추진의 중요 인물 인터뷰도 게재하고 있다.

• 미국: 국가독서위원회(National Reading Panel)=국가독서위원회(NRP)는 1997년~2000년까지 존재했던 정부기관이다. 2000년 ‘Teaching Children to Read’라는 보고서를 끝으로 활동을 마감했다. 이 보고서는 현장 독서교육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지만, 읽기에만 초점을 맞춰 읽기를 둘러 싼 다양한 변인들을 탐색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국가독서위원회는 2001년 부시정부의 읽기‧쓰기 교육정책의 토대가 되었고 특히 ‘Reading First’는 독서중심 교육정책의 근간이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낙오아동방지법(No Child Left Behind)도 이 정책의 일부다.

• 영국: 국립독서재단(National Literacy Trust)=1992년 설립된 이래 독서뿐만 아니라 관련된 다양한 연구 및 사업들을 벌이고 있다. 눈에 띄는 사업은 독서동기를 높이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Programme Delivery’를 들 수 있다. 청소년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학생들에게 학문적 검증을 거친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선정한 독서 자료를 전달한다. 예를 들어 축구에 열정과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독서에는 흥미가 없는 학생들을 찾아가 그들의 우상인 프리미어리그 축구 스타들이 읽고 추천한 도서를 전달하는 것이다. 일회성 사업이 적고, 성과 역시 명시적이고 구체적이다.

▨ 독서지원 활성화 어떻게 해야 하나
독서지원의 궁극적 목적은 학생들이 책을 읽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고려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첫째, 독서지원은 과학적 연구 결과에 토대를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독서지원은 학생들의 이해와 요구를 분석해 만족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언제라도 독서가 가능하도록 지원을 펼쳐야 한다. 넷째, 재정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다섯째, 전반적 지원체제를 통제할 수 있는 조직이나 기관이 국가‧ 지역수준에 설치되어야 한다.

잘되는 것은 더 잘 되게, 안 되는 것은 보완․수정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지원의 일반 원칙이다. 지원정책을 수립할 때 스스로 기획하려는 욕심을 버려야하며, 해당 교육주체들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수업도 스토리텔링입니다”
독서교육 전도사’ 대구교육청 한원경 장학관

“지식정보화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서입니다. 책을 읽지 않으면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기를 수 없고, 학습효과도 떨어지며, 미래를 기약할 수 없습니다.”






대구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한원경(사진) 장학관은 자타공인 ‘독서교육 전도사’다. 한 장학관이 독서교육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5년.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아침독서 10분 운동’과 교육청 직원의 ‘책읽기 3S운동’이 그 시작이었다.

“독서캠페인이 늘 일회성에 그치고 마는 것은 습관이 몸에 배지 않아 서지요. 책 읽는 습관부터 갖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운동을 벌였습니다.”

먼저 정규 시간표에 수업 전 독서 시간을 확보하고, 읽을 책을 학교에 공급하고, 교사들이 함께 책을 읽는 형태로 추진했다. 부담을 갖지 않도록 독후감도 쓰지 않고 그냥 읽기만 하도록 유도했다. 사라졌던 ‘아침시간의 고요와 집중’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한 장학관은 더 욕심을 냈다. ‘학생 저자 10만 양성’이라는 기치 아래 ‘삶쓰기 100자 운동’(2007)과 ‘책쓰기 운동’(2009)을 시작한 것이다. 학생들이 쓴 책이 작년 출판되어 나오기 시작하면서 한 장학관은 스토리텔링 수업을 심화단계로 기획, 교사 연수에 들어갔다.

“수업도 스토리텔링입니다. 수업 방식뿐 아니라 자료도 스토리를 중심으로 꾸미자는 것이죠. 어려운 수학공식이나 이론에도 이야기를 접목하면 흥미도 있고 지식전달 효과도 뛰어나죠. 학생·교사의 관계도 친밀해지고요.”

한 장학관은 “우리나라에서도 ‘조앤 롤링’ 같은 스토리텔러가 나오지 말라는 법 없지 않냐”며 “수업도 하나의 연출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교사와 학생 모두가 재미있는 수업을 만들어가는 경험을 축적하게 되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끊임없이 독서교육의 진화를 이끌어 온 그가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한 장학관은 “주5일 수업에 따른 ‘토요학교’ 프로그램에 글쓰기, 책쓰기, 주제를 두고 찬반 토론을 벌이는 디베이트(debate)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특히 디베이트 교육에 관심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디베이트의 본질은 승패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논리를 겨뤄 사고훈련을 하는 과정입니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 교육을 받지 않으면 어떤 토론이든 제대로 이뤄지긴 어렵죠.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힘을 기르자는 겁니다.”

“호주,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100년 전부터 디베이트 교육을 하고 있다”며 한 장학관은 “이제 우리도 본격적으로 디베이트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교육은 아이들의 미래를 일구는 일이지 않습니까? 대학입시란 현실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내다봐야 죠. ‘텍스트’가 아닌 아이들 자신의 ‘생각’을 ‘쓰고 말할 수 있게’ 하는 독서와 연계된 수업을 선생님들이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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