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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시사토론으로 창의적 문제해결력 키웁니다”

1학년 사회 대신 정규과목 편성


⑤ 부산남고등학교





“국민 참여 재판 배심원들에게는 법적인 전문지식이나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고 이로 인해 판사는 배심원 결정보다 자신의 의도대로 판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도 엄청난 예산과 시간을 들여 국민 참여 재판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1학년 하성준 학생)

“최근 피고인의 요청으로 국민 참여 재판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판사 한명의 일방적인 판단 보다 다수 배심원의 판결을 참고해 더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습니다. 재판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국민들이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어 국민 참여 재판은 더 확대돼야 합니다.”(1학년 김민찬 학생)

부산 영도 바닷가에 위치한 자율형공립고 부산남고(교장 장성욱)의 모둠학습실. 1학년 학생 4명이 ‘국민 참여재판 제도 확대’를 놓고 찬성, 반대로 나뉘어 토론이 한창이다. 입안(4분)-교차 질의(3분)-반박(4분)-교차 질의(3분)-요약(2분)-전원 교차 질의(3분)-마지막 초점(2분)의 정확한 시간과 순서에 의해 진행되는 토론 수업은 흥미진진했다.

자신의 주장을 펼친 학생들은 상대방의 주장을 주의 깊게 듣고, 질의와 반박을 통해 주장을 더욱 공고히 해나갔다. 토론 중간 교사에게 작전시간을 요청해 상대팀이 내세운 논거를 바로 재반박하는 등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나머지 학생들은 진지하게 토론을 경청하며 양측의 주장을 비교해 노트에 적었다.

부산남고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올해부터 1학년 사회과목 대신 ‘시사토론’을 정규과목으로 도입했다. 토론은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Public Forum Debate)’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형식적인 제약이 큰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토론은 대체로 상대방의 발언, 시간, 사회자의 제지도 무시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기 일쑤인데 이 토론 방식은 정해진 대로 진행돼 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할 수밖에 없다.

시사토론 교과를 맡고 있는 장순희(42․지리) 교사는 “우리 학교의 토론 수업의 목적은 잘 듣는 것”이라며 “토론은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은 후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라고 아이들을 지도한다”고 했다.

2학기가 되자 학생들의 토론 수준이 높아져 TV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 ‘상대방의 얘기를 듣지 않는다’, ‘똑같은 이야기만 한다’며 답답하고 수준이 낮다고 지적할 정도가 됐다.

부산남고의 시사토론 교과가 특이한 것은 사회 교사들이 정규교과 개설을 자청했다는 것이다. 백영선(48․사회) 교무기획부장은 “단순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들이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창의적인 문제해결력 등의 역량을 키워주고 싶었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수업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사토론 교과 준비는 만치 않았다. 토론 수업이 낯선 교사들은 별도의 연수를 받고 토론 수업교재를 개발하느라 방학을 모두 보냈다. 토론 수업을 실제로 진행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정규교과다 보니 토론수업을 공정하게 진행하고 평가해야 하는 일도 큰 난관이었다.

교사들은 시사토론 수업의 평가를 100% 공개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장 교사는 “수업 후 다음 시간에 바로 평점을 공개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에게는 우수한 학생의 결과물을 비교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공개했다”면서 “힘든 작업이었지만 공정한 평가라는 확신이 생기면서 학생, 교사 간 신뢰가 쌓였고 학생들은 더 적극적으로 토론 수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사토론 교과를 통해 창의적이고 문제해결력이 높은 아이들의 활동과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그 내용은 그대로 생활기록부에 기록된다. 자연스럽게 자기추천서의 내용이 풍부해질 수밖에 없다.

장성욱(54) 교장은 “다른 학교에서 봤을 때 비교과 활동인 것 같지만 시사토론(1학년)․과제연구(2학년) 교과, 아트사이언스 연구대회 등 부산남고 교육의 핵심은 ‘학습역량 강화’에 있다”면서 “학생들의 문제해결력을 키워주면 교과 공부에서는 2~3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기 이전부터 부산 남고는 이미 학교교육의 목표를 설정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며 “다른 고교가 입시교육만 매달려 있을 때 우리는 교육의 본질에 맞는 교육을 해왔다는 것이 가장 큰 자부심”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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