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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왕따도 폭력도 없다! 공 하나로 ‘하나’ 되는 아이들

‘축구’로 생활지도 완성- 정영만 인천 제물포중 교사

“제물포중학교를 위해 태어나신 분 같아요. 정말 존경하는 선생님이에요.”(이종원 3년) “큰 아이, 작은 아이해서 7년째 뵙고 있는데, 한결같은 분이에요. 진짜 상이라도 드리고 싶은데….”(김희원 학부모) 지난 달 학교컨설팅을 위해 찾은 인천 제물포중(교장 김수만)에서 학생과 교사들을 면담하던 중 유독 자주 이름이 거론되는 교사가 있었다. 14년째 제물포중에서 학생들과 고락을 함께하고 있는 정영만(46) 교사(생활지도부장)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 분이 있어 우리학교 학생들의 생활지도는 문제없어요.”라는 확신에 찬 말 속엔 정 교사에 대한 믿음이 깊이 자리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학교폭력도, 담배 피우는 학생도 거의 없다는 제물포중. 주5일수업제 인프라로도 주목받고 있는 학교스포츠클럽 ‘축구’로 학생들을 하나로 모아온 정영만 교사의 저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제물포컵 축구대회 ‘벌점’ 10점 이상이면 참가 안 돼
학생회서 학생 스스로 규칙 제정, 생활습관도 좋아져
“주5일 대비 잔디구장 완공, 지역 학교 참여 이끌 것”




“한 학교에 오래 있다 보니 잘 봐주시는 게 아닐까요. 아이들에게 스포츠를 통한 건전한 욕구 발산의 기회를 주려고 노력한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학교의 전통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아이들 생활습관도 자연스럽게 바뀌게 된 거죠.”

정영만 교사의 설명은 겸손, 그 자체였지만 그가 말한 ‘전통’이 제물포중 학생들의 몸에 깃들기까지는 10년이 넘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정 교사가 제물포중에 처음 부임한 것은 1997년. 축구부 감독을 맡아 2003년까지 7년간 근무하면서 닦아놓은 터는 정 교사의 전근과 함께 한 순간에 무너졌다. 축구부 해체가 거론될 만큼 문제가 커지자 당시 박문용 교장은 정 교사에게 다시 학교로 돌아와 축구부를 맡아 줄 것을 부탁했다.

“사실 많이 망설였습니다. 남들처럼 점수 챙겨 승진하고 싶은 마음이 저라고 없겠습니까. 하지만 해체되어 흩어질 축구부원들과 제가 일궈놓은 제물포중의 전통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에 제 욕심은 버리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그렇게 2004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정 교사는 두 번의 초빙을 거쳐 한 학생의 표현처럼 ‘제물포중을 위해 태어난’ 교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고 있다. 아침 7시면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맞고, 저녁 10시가 되어야 교문을 나서는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며 아이들과 소통하고, 방과 후엔 상금을 걸고 축구대회를 하기도 했다. 축구가 하고 싶어 스스로 머리를 자르고 복장을 단정히 하는 아이들을 보며 그는 제물포 컵 축구대회를 개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학생회에게 주관을 맡겼어요. 대회 참가자격은 모든 학생들에게 주어지지만 벌점 1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은 시합에 나갈 수 없게 한 거죠. 벌점을 초과한 학생이 대회에 참여하려면 외부 봉사활동을 통해 매월 5점의 상점을 누적해야 한다는 규칙을 학생들 스스로 만들었어요.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생활습관이 좋아졌어요.”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은 학교폭력도 없어지고, 지각이나 결석·두발 복장을 지적받는 학생도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봄, 가을 학기 초에 대회가 진행돼 수업 분위기를 망가뜨리지 않겠느냐는 일부 우려도 오히려 단합된 학급 분위기를 보여줌으로써 일축했다.

“처음엔 리그전으로 치렀는데 지난 연말 3학년을 대상으로 연 대회부터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해 참여율을 높였어요. 추첨도 월드컵식으로 하고요. 주5일수업이 시작되면 토요일은 스포츠데이로, 지역 다른 학교도 참여시켜 제물포컵 대회가 한 단계 더 발전했으면 합니다.”

정 교사는 주5일제를 대비, 대한축구협회‧인천시교육청‧인천서구청 등에 국제규격을 갖춘 인조잔디구장의 필요성을 설득해 8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지난달 22일 그 결실로 10월부터 2개월간 공사 끝에 가로 106m, 세로 68m(7100㎡)규모의 인조잔디구장과 우레탄 육상트랙, 농구장, 경기 관람석, 기타 부대시설 등을 갖춘 잔디구장이 완공됐다.

“정말 뿌듯합니다. 이곳에서 공 하나를 구심으로 하나가 되어가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게 정말 내게 주어진 길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지요. 운동할 때 아이들은 스스로 규칙을 지키며 세상을 배웁니다. 때론 협력하고 때론 경쟁하면서, 정직하게 승복하는, 그 때 아이들의 표정은 무한한 감동을 줍니다. 그 맑음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주 20시간 수업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고, 아침저녁 운동장에서 만나 같이 뛰고, 주말에도 운동장에 나온 아이들이 누군가를 살피며 그들 내면에 어떤 다른 것이 있지는 않은 지를 살피고 어루만지는 선생님. 그런 선생님이 맘 놓고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주는 교장선생님. 선생님들의 마음을 헤아려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두발과 용모를 단정히 하는 학생들과 학생들이 좋아하는 제물포 컵 대회를 ‘면학 방해’라는 이름으로 폄하하지 않고 취지를 이해해 주는 학부모들. 이 모든 요소를 잘 융합해 이뤄낸 것이 바로 왕따도 폭력도 없는 제물포중의 ‘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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