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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예방부터 처벌까지 철저히 '法'대로

미국과 한국의 교육환경에는 큰 차이가 있고 같은 미국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학교의 여러 문제에 다가가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 따라서 미국의 학교폭력 문제 대처 방식이 전적으로 옳다거나 같은 방법을 한국에 적용해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미국 공립학교에서 카운슬러로 근무하며 필자가 경험한 미국 학교들의 왕따 문제 대처 방법을 이 자리에서 함께 나눔으로써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왕따 문제의 예방과 근절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반(反) 왕따' 분위기 조성에 주력
미국 학교들은 처음부터 교직원과 학생 모두에게 학교는 그 구성원들의 상황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무조건 안전한 장소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교육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버지니아주 패어팩스 카운티의 공립학교에서는 매년 새 학년이 시작되는 9월이면 전교생을 학년별로 모아 놓고 이틀에 걸쳐 '성희롱 예방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필수로 진행한다. 프로그램은 학교 카운슬러들이 직접 주관·진행하며, 동영상 등을 활용해 성희롱의 구체적인 실례와 심각성 및 방지책에 대해 가르치고 그 중요성을 수차례 반복해 강조한다.

이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및 그 산하 교육청 등이 법제화한 규정을 통해 이뤄진다. 성희롱이란 성적 수치심만이 아니라 피해자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유발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들을 포함하며, 언어적 가해 외에도 이메일이나 채팅 등을 통한 비언어적 가해, 육체적인 가해를 모두 포함한다는 점을 철저히 가르친다. 피해 학생들의 고통 등에 대해서도 연극으로 재현하는 방법 등을 활용해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
문제 발생 후 가해자와 피해자 위주로 개별 사건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왕따 문제를 처음부터 공개적으로 전체 학생들에게 철저히 교육시킴으로써 학교 전체 분위기를 '반(反) 왕따'적인 것으로 만들어 문제를 예방하는 데 주력한다.

도움 받을 수 있다는 믿음 주어야
이런 왕따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해도 아직 올바른 주관이 뚜렷하게 정립되지 않은 학생들 사이에서는 언제든지 여러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간단명료하게 가르친다. 여기서 대처법이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하면 학생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려 들지 말고 바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라는 것이다. 단순하고 간단한 방법이지만, 여러 사람에게 인정받기 원하는 특성을 지닌 사춘기 학생, 특히 어렸을 때부터 남의 잘못을 누군가에게 얘기하는 것을 ‘고자질’ 이라 배우며 자란 한국 학생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학교와 가정에서 ‘고자질’과 자신의 권익을 찾기 위해 도움을 청하는 것 간의 차이를 아이들에게 명확히 가르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학교에 상주하는 경찰, 카운슬러, 선생님, 학교 청소부 아저씨 등 누가 되었던 학생이 편하게 어려움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분을 찾으면 된다고 가르치며, 학교 내에 편한 사람이 없을 경우 부모님께라도 솔직히 얘기하고 도움을 청하라고 가르친다. 어린 학생들일수록 일반 교사보다는 좀 더 편하게 의논할 수 있는 카운슬러에게 어려움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한국도 카운슬러 제도를 활성화하기 바란다.

한국에서 자란 많은 한인 학생들은 친하지 않은 어른에게 다가가는 것 자체에 익숙하지 않아 학교 카운슬러보다는 자신의 부모에게 어려움을 털어 놓는 경우가 더 많은데, 한인 부모님들은 문제를 알고 나서도 해결을 위한 도움을 청하는 데 주저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혹시 자녀가 더 큰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용기 내어 속내를 털어놓은 아이들의 부모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무너져 더 큰 고통에 대해서조차 입을 열지 않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어느 누구보다 자녀의 안전을 중시해야 할 부모로서 좀 더 확고하고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면 현실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주어야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자신들의 문제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전 구성원에 명확한 책임 분담
모든 교직원들에게 학생 안전에 대한 책임을 분담하도록 하는 법적 제도도 필요하다. 필자는 학생이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도움을 청해 왔을 경우 대게 두 가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아이들 사이에서 흔히 겪는 다툼 정도면 해당 학생들을 사무실로 불러 양쪽 입장을 서로 충분히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화해하도록 한다. 하지만 단순한 다툼을 넘어 섰다는 판단이 서면 바로 법규에 따라 이를 해당 학생의 학부모나 학교 교장단에 보고한다. 이 경우 대부분 부교장이 직접 문제 파악 및 조사 과정을 총괄하며, 해당학생들의 진술이 엇갈리면 증인이 될 만한 모든 학생들을 한 명씩 불러 구체적인 조서를 쓰게 한 후 이에 근거해 정확한 사건 규명에 힘쓴다.

조사결과 의도적으로 육체적·정신적 해를 가한 것으로 판명 될 경우 학교 차원에서 정학 처분 등 엄격한 처벌을 즉각적으로 내린다. 금전 강탈, 협박, 육체적 폭행 및 고문 등에 대해서는 학교에 상주하는 경찰이 바로 개입해 형사조치가 필요한지 여부를 조사한다. 만약 형사법에 반하는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되면 경찰은 학생을 형사기소하는데, 학생이 미성년일 경우 법적 보호자가 함께 법정에 서야 한다.

또한 피해 학생의 이야기를 교직원들이 가볍게 여겨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피해 학생이 더 큰 피해를 입는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자가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이로 인해 카운슬러뿐만 아니라 모든 학교 교직원들이 의무적이나마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학교 안전은 모든 사람들이 철저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대처해야만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이를 아예 법규로 명시한 것이다. 한국도 교육법, 형사법 등 관련 법규의 개정을 통해 학생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  베스트 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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