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20일 업무에 복귀하면서 학생인권조례 재의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곽 교육감은 복귀 첫 업무로 재의 철회 요구 서류에 서명했고, 같은 날 오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곽 교육감에게 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를 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교과부와 서울시 교육청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현행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육위원회의 의결 또는 교육ㆍ학예에 관한 시도 의회의 의결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저해한다고 판단될 때'에 교육감은 교육위원회 또는 시도 의회가 다시 의결해 줄 것(재의)을 요구할 수 있다. 또 장관은 교육감에게 재의 요구를 하라고 요청할 수 있다. 교육감이 장관의 요청을 받은 경우에는 교육위원회 또는 시도 의회에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 교과부의 방침은 이런 규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곽 교육감은 장관의 요청을 거부하고 학생인권조례를 그대로 공포해버릴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교육청은 이르면 다음주 내로 조례 공포 절차를 밟아 각급 학교가 조례 시행에 따른 학칙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해설서와 매뉴얼도 학기 시작 전까지 배포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교과부의 재의요구 요청에 대해 다시 보도자료를 내고 "교과부 장관이 조례안에 대해 시의회에서 이송된 날로부터 20일이 지난 뒤 교육감에 재의 요구를 요청하는 것은 지방자치법, 지방교육자치법 관련 조항에 의하면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어 "교과부는 그동안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재심의 요청 여부는 교육청이 다양한 의견 수렴 및 여건을 감안해 자체 판단할 사항이며 교과부는 재심의 권고를 검토한 바 없다고 해명자료 등을 통해 수차례 밝혔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지방자치법 제170조에 규정된 지자체장에 대한 직무이행 명령 권한을 이용해 곽 교육감에 대해 장관의 재의요구 요청을 따르도록 직무이행 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양측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 인권조례가 재의되면 어떻게 되나=안건이 재의에 부쳐질 경우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통과된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통과를 당론으로 정한 민주당이 3분의 2 이상인 7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조례 통과 당시에도 재석 87명에 찬성 54명, 반대 29명, 기권 4명으로 민주당 이탈표가 많았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휴회 중이어서 재의결 투표는 236회 임시회가 시작하는 다음달 13일에야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출석의원 3분의 2를 넘기려면 민주당의 이탈표가 거의 없어야 하는 상황이라, 이들을 설득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럴 경우 올 2월 임시회의 상정도 불투명해, 서울시교육청의 뜻대로 3월 신학기부터 서울지역 모든 초·중·고교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