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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혐의 뚜렷하지 않으면 소환 없이 각하 처리

▨ 경찰의 ‘직무 유기’ 수사 기준은…
경찰청 ‘무리한 접근 말라’ 자제성 지침 하달



“교사에 대한 수사는 원칙과 기준에 따라 학교 측과 협조해 교사가 동요하거나 교원의 사기저하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15일 교육개혁협의회에 참석한 김황식 국무총리와 서울남부지검을 방문한 안양옥 교총회장이 토씨하나 다르지 않은 같은 말을 당부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학교폭력을 4월까지 근절수준으로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무리하게 수사를 추진, 학교․교사와 마찰과 갈등을 빚는 등 현장이 크게 동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경찰청도 같은 날 전국 지방경찰청 수사·형사·생활안전과장 화상회의를 소집해 전국 일선 경찰서의 학교폭력 담당 부서에 ‘너무 무리하게 접근하지 말라’는 지침을 일선에 내려 보냈다. 학교폭력을 최대 현안으로 정한 경찰이 이런 자제성 지침을 공식 하달한 것은 처음이다.

경찰청은 학교폭력 근절대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교권을 침해하거나 연루된 학생들을 강압적으로 대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강조했다. 또 학교에서 일진회 명단을 파악할 때도 학교와 먼저 충분히 상의해 협조를 이끌어내고, 교사들이 명단을 넘겨주지 않으면 주변 첩보수집 등 간접적인 방법을 택하라는 지침도 전했다. 조직적인 학교폭력 사건을 적발했더라도 '일진회' 등 낙인효과가 생길 수 있는 표현을 되도록 사용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가해·피해 학생이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익명성도 철저히 보장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경찰청은 13일 교과부로부터 넘겨받은 학교폭력 전수설문조사 중 4339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면서 일단 ‘해당 교사의 직무유기 혐의가 얼마나 뚜렷한가’에 따라 수사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된 교사의 진정·고소·고발에 대한 경찰 내부 지침에 따르면 직무유기 혐의가 뚜렷하지 않는 교사의 경우 소환 없이 각하 처리키로 한다는 것이다.

진정 사건의 경우에는 1차 조사를 진행한 뒤 교사에 대한 소환조사 없이 사건을 종결할지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의 근거는 학교폭력 사건 대처 과정에서 교사의 직무유기 혐의가 뚜렷하지 않고 진정 내용이 불합리한 경우에만 해당된다.

고소·고발의 경우도 유사한 상황이라면 조사를 최소화한다. 이후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이첩하기로 했다. 명백한 직무유기 혐의가 포착되지 않으면 복잡한 조사 과정을 거치지 않겠다는 의미다. 교사가 피해학생과 부모 등으로부터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수차례 요구받았지만 아무런 조치 취하지 않은 경우도 경찰의 수사대상이다.

경찰은 이 같은 행동을 한 교사를 사실상 직무유기로 보고 수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입건 여부는 조사를 실시한 뒤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교사에 대한 무분별한 진정과 고소사건에 대한 교권침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직무유기 혐의가 뚜렷한 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법처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폭력 설문조사 집계 29일까지
▷ 전수조사 어디까지 진행 됐나
=전국 초중고생 558만 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학교폭력 전수조사 자료는 당초 12일 마감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접수 중이다. 중앙우체국 소인이 29일까지로 되어 있으며, 최근 우편물 감소로 인해 한꺼번에 수십만통의 우편물을 관리를 해본 적이 없는 우체국의 분류 작업이 늦어지고 있어 실질적 마감은 3월초는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접수된 자료는 서울교대 연구강의동에서 수백 명의 학생 및 아르바이트생이 사례를 일일이 집계하고 서술 형태로 적은 내용을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에 일부 넘어간 자료는 접수 과정에서 복사해 교과부에서 넘긴 자료로 최종 집계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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