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과 북의 차이가 아니라 동질성이 강조돼야 합니다. 오랫동안 분단돼 있었기 때문에 다른 점도 많지만 한민족이기 때문에 비슷한 점이 더 많아요. 우리나라에서 흔히 부르는 '반달' 같은 동요는 북에서도 똑같이 부르지요. 북한 동요를 아이들에게 가르쳐 마음의 장벽을 허물 수 있도록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연구하고 싶습니다.”
10년 전 북한 상류사회의 일원으로 남부러울 것 없었던 생활을 버리고 음악적 자유를 찾아 탈북,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세계적 피아니스트 김철웅(37·사진) 백제예술대 교수는 25일 교총회원 가입신청서를 제출하며 이 같은 바람을 나타냈다.
“동요가 학생들을 한민족으로서의 동질감과 통일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지만 마땅한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었죠. 그러던 차에 교총을 알게 됐고 안양옥 회장님께서 함께 연구할 것을 제안해주셔서 무척 기뻤습니다.”
자신이 가진 음악 재능으로 통일을 딱 3분만이라도 더 앞당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김 교수는 우리 교육현장의 모습에 대해 아쉬운 점도 털어놓았다.
“대한민국에 와서 가장 좋았던 것은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점을 동경해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을 탈출했던 것이고요. 그런데 학생들은 선택은 잘 할 줄 알면서 선택에 따르는 책임에는 너무 소홀한 것 같습니다. 요즘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도 이런 무책임한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김 교수는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북한에서 많은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며 배울 점으로 사제관계, 교직사회의 책임감을 꼽았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북한에서는 지금도 그대로 지켜지고 있어요. 선생님에게 불손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지요. 북한 사회가 경직돼 상명하복 문화가 남아 있는 이유도 있지만 선생님들이 학문은 물론 생활태도 면에서도 빈틈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어려운 지경에 이른 우리 교육 풍토가 시급히 개선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아울러 탈북 학생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태도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저는 탈북학생들을 ‘조금 먼저 온 미래’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머지않아 다가올 통일이 부분적으로 먼저 이뤄진 것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봐야 합니다. 소수의 뒤떨어진 사람들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인데, 얼마 되지 않는 탈북자들조차 제대로 사회에 융화시키지 못한다면 통일은 요원한 일일 테니까요.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분들과 좋은 해법을 찾아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