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스승의 날을 전후해 치러지는 교육주간이 금년으로 벌써 60회째를 맞는다. 교육주간은 1953년 한국 전쟁으로 피폐해진 교단을 교육자의 힘으로 재건함으로써 교육구국을 실현하자는 선배교육자들의 고귀한 정신이 담겨있다.
그러나 이처럼 뜻깊은 교육주간을 맞는 심정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학교폭력이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되면서 공교육 붕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안타깝고 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해 12월, 급우들의 집단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대구의 한 중학생이 자살한 데 이어 교육 당국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실태조사 과정에서도 경북 영주의 중학생 한 명이 또다시 아까운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따뜻한 교육공동체가 답이다
지난 달 발표된 교육당국의 ‘제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그야말로 전시행정의 표본이었다. 20%대에 불과한 회수율과 중복 응답, 응답 학생들보다 답변지가 많이 걷힌 학교도 있는 등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전수조사(全數調査)를 한다며 25억원의 막대한 혈세(血稅)를 들이고도 이런 결과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졸속 행정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한창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이나 의견 충돌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같은 다툼이 아이들 사이의 단순한 갈등 수준이 아니라, 상대방을 사지(死地)로 내몰 수 있는 조직폭력배 수준의 ‘폭력’이 되고 있다는 데 있다.
학교폭력은 전시행정이나 사법당국의 처벌만으로 근절되기 어렵다. 스쿨폴리스제도 도입 등 물리적 개입도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질서를 존중하는 태도와 사랑과 배려에 기반한 공동체 정신을 함양하는 데 있다.
또한 그럴듯한 명분으로 교육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련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숙고할 필요가 있다. 일부 교육청에서 시행중인 학생인권조례는 교사의 권위주의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교권을 심각하게 훼손함으로써 새로운 양상의 학교폭력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마디로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한국교총에서는 이번 교육 주간을 맞아 ‘학생 생명 및 학교 살리기 범국민운동’의 일환으로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스승의 날 전후 1주일을 ‘행복한 교실, 따뜻한 교실’이라는 주제 하에 ‘학교폭력 근절 주간’으로 운영한다.
이 기간 동안 학교폭력 근절 포스터와 교육주간 주제해설집을 배포하고 ‘우수 생활지도사례 및 교육사진’을 공모해 학교현장에 제시하고,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라디오 광고 등 범국민운동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현장의 교원들이 스승의 날을 맞은 축제의 기간인 교육주간 동안에도 제자들에게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만큼 교육당국도 이제는 제 몫을 해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발표 이후 학교현장은 체육수업시수 확대로 다 짜놓은 교육과정을 바꾸고, 복수담임제 및 생활지도 도움카드 시행 등 성과 중심의 교육활동에 매달리느라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을 만한 여유를 갖지 못했다. 학교와 교사에게 학생의 모든 것을 파악하라는 것은 사실상 무리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학교폭력을 없애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절대다수의 교원들은 묵묵히 부여된 업무에 최선을 다한 만큼, 교육당국의 학교폭력 실효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교육당국의 노력 뒷받침돼야
학교폭력 문제의 해결 방안은 무엇보다 학교 당국과 일선 교사들에게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데 있다. 수업시간에 조는 아이를 깨우면 눈을 부라리며 교사에게 대드는 아이들이 있는 한 학교폭력 근절 대책은 겉돌 수밖에 없다. 또한 교육당국은 대책을 위한 대책만을 양산하기보다는 교사들의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학생 상담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현장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 여건 조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의 실상이 알려지면서 공교육 붕괴에 대한 위기국면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교총이 교육주간 슬로건으로 내건 ‘행복한 교실, 따뜻한 교실’이라는 화두가 오늘날의 학교와 교실에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한국 전쟁으로 피폐해진 교단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교육주간을 설정하고 교육구국에 헌신한 선배교육자들의 희생정신이 아직도 뜨거운 함성이 돼 오늘의 교단을 응원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학교폭력으로 어린 생명이 스러지는 아픔은 결코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다. 학생이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실천해야할 시대적 소명이다. 한국교총은 교육주간을 맞아 18만 회원은 물론이고 50만 교육자의 염원을 모아 행복하고 따뜻한 교실을 만드는 데 온 몸을 던질 각오로 교육구국에 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