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원들 “실효성 없는 조례로 물 타기” 반발 교총 “조례 싸움에 학교만 희생… 법 제정해야”
경기도의회가 교사의 지도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교권조례 제정을 추진하자, 경기도교육청이 내용면에서는 차이가 큰 유사 조례안을 기습적으로 입법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도의회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25일 ‘경기도교육청 교권보호·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교권조례 제정을 추진 중인 최창의 교육의원 주최로 ‘교권보호조례 제정의 필요성과 방향’이란 주제의 포럼이 열린 지 11일 만에 자체 조례안을 발표한 것이다.
도교육청이 입법예고한 조례안과 최 교육의원의 제정하려는 조례안은 방법론에서 시각차가 크다. 최 의원이 제정하려는 조례에는 교사의 지도권 강화와 교권 보호를 위한 확실한 제도적 장치가 들어 있지만 교육청 조례안에는 형식적인 내용만 담겨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조례 발의를 준비 중인 도의회 교육의원들이 ‘도교육청의 물타기’라며 반발하는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 의원은 ‘교권이 부당하게 간섭받거나 침해받는 현상’을 ‘교권침해’라고 명확하게 규정한 반면, 교육청은 ‘교권침해’라는 용어 대신 ‘교원과 학생 또는 부모 등 보호자 사이에 발생한 분쟁’이란 뜻에서 ‘교육분쟁’으로 표현했다. 최 의원은 교권보호를 위해 교권보호위원회, 교권보호지원 센터를 운영하고, 교권보호 법률 자문단 구성하도록 한 반면, 교육청은 교권보호지원센터만 설치하는 내용만 담고 있다.
또 최 의원은 교권보호를 위해 문제 학생의 전학이나 학교 재배정, 학부모 형사고발에 이르는 등 강력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교육청은 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해 놓고 교육분쟁의 원인이 학생인 경우 전학 또는 학교 재배정을 권고하고, 학부모가 원인인 경우 사법기관에 고발을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최 의원은 “교원의 권리가 바로 서야 학교 문제가 해결된다”면서 “학생들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교원의 권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원의 권리를 강조할 수 있는 강력한 조례가 필요하다”며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는 처벌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원의 교육활동은 공공의 행위이며 이는 곧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최 교육의원의 논리다. 그는 또 “지난 포럼에 교육청 담당 장학사도 참석했었다”면서 “교육청의 기습조례 입법예고는 학생인권조례와의 충돌을 피할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일갈했다.
도의회 관계자는 “교육청의 조례안은 실질적으로 교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부분이 빠져있다”면서 “현행법에서 가능한 권한만 다시 명시해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미 지난 2010년 4월 경기교권보호헌장이 제정 공포되었으며 현행법에 교권보호를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 있다”며 “다만 현재 학교에서 교권침해가 심하기 때문에 조례로 제정해 지원방안을 정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교권이 너무 강조되어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무시되거나 학생 인권이 침해당해서는 안 된다”며 “관련 두 조례 내용은 상임위에서 검토될 문제”라고 덧붙였다.
도교육청은 다음달 18일까지 주민의견을 수렴한 후 7월3~19일 열리는 경기도의회 임시회에 조례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한국교총은 “언제까지 조례로 인한 싸움에 학교가 희생되어야 하냐”면서 “조례가 아닌 교육법으로 교권이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초 서울시의회에서 의결된 교권보호조례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의 재의요구를 23일 받아들였다. 앞서 교과부는 3일 교권보호조례가 학교장의 지도감독 권한을 무력화하고 일선 학교의 생활지도에 혼란을 준다며 재의를 요구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