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미술 체육이 집중이수 대상과목에서 제외, 수업시수가 늘어나는 등 초중고교의 인성교육이 2학기부터 대폭 강화된다. 8과목으로 제한된 학기당 이수과목으로 인해 전인적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예술과목들이 집중이수의 대상이 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지닌 집중이수제에 대한 교총의 끈질긴 요구를 교육과학기술부가 수용한 것이다. (본지 11일자 보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1일 평가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인성교육 실현을 위한 교육과정 개정 시안’ 공청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언어문화 개선, 배려와 공감, 관계 등 인성교육을 강화해 학교폭력 대응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이번 개정안에 대해 현장은 “교육과정 편성에 숨통이 트일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우선 가장 달라지는 점은 음악, 미술, 체육 수업 강화다. 개정안은 음악 미술 체육을 집중이수제 교과에서 제외하고, 수업시수도 기준시간보다 줄일 수 없도록 단서조항을 달았다.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은 창의적체험활동에 포함시켜 학년별로 연간 34~68시간 내에서 운영하도록 했다. 현재 중학교에서 3-3-2로 운영되는 체육 수업에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포함, 주당 4시간의 체육시간을 확보하도록 한 것이다.
이창희 서울 대방중 교사는 “인성교육 저해는 물론 학생들의 발달단계에 맞는 교육이 어렵고 전입생이 배우지 못하는 과목이 발생하는 등 집중이수는 2009 개정교육과정의 골칫덩어리였다”면서 “교총의 집중이수 개선 요구를 좀 더 빨리 받아들였으면 문제점이 줄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당장 집중이수하던 교과를 6학기로 편성하게 되면 교원수급에 상당한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며 “학교 여건과 교원 수급에 맞게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주고 강사 예산 지원 등의 보완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영섭 함백중고교 교장은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에 관해 ‘…여건이 어려운 학교의 경우 68시간 범위 내에서 창체 시간을 활용해 확보할 수 있다’고 한 조항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교과 증감이나 창체 순증이 아닌 창체 시간 활용의 가능성을 열어두면 동아리, 봉사활동 등의 위축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체육교사들 역시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을 통한 시수 확보가 아닌 정규 수업시수(3-3-3)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최종 고시 전까지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어 사회 도덕과목에도 인성교육 내용이 늘어난다. 초등 저학년 국어의 경우 자신의 말이 상대방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다, 고학년의 경우 욕설 등 폭력적 언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이 신설된다. 학교폭력이 가장 심한 중학교 단계에서는 언어폭력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폭력적인 언어사용의 문제를 인식하고, 바람직한 언어로 순화한다’는 교육목표를 새로 추가했다. 도덕·사회에서는 따돌림, 친구 간 갈등, 학교폭력 등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소수자 인권보호 방법 탐구’, ‘바람직한 인터넷 활용’ 등을 지도·교육하도록 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차별, 폭력 등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자율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도록 유인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어, 도덕, 사회과에 인성교육 관련 성취기준, 평가 등을 포함하는 안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한양대 류수열 교수(국어교육)는 “성취기준을 넣는다고 해서 현장에서 인성교육이 실천되리라 보기는 어렵다”며 “성취기준을 교과서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후속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하대 박선미 교수(사회교육)도 “중요한 것은 가르칠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가르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교총은 교육과정이 고시되기 전까지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문제점을 보완, 교과부에 제안할 방침이다. 하석진 정책지원국장은 “집중이수 완화는 비교섭 과제로 무리임을 알면서도 교과부 교섭을 통해 얻어낸 결실”이라며 “끝까지 교원들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시안을 토대로 교육과정 개편안을 마련, 교육과정심의회(14~22일)를 거쳐 7월 개정안을 확정, 고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