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부터 떠돌기 시작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대법 판결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선고 날짜다. 첫 소문은 7월10일자로 대법관 4명이 퇴임할 것이기 때문에 6월4주 목요일인 6월21일에 선고가 날 것이라는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21일 선고가 이루어지지 않자 이번에는 7월4일에 열린다는 설이 나돌았다. 대법관 임기가 7월10일 종료됨에 따라 그 이전에 선고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었으나 이 역시 빗나갔다. 그 뒤에는 1심과 2심 재판이 3개월 주기로 열렸던 것을 근거로 7월17일, 7월말, 8월23일설까지 소문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 선고가 통상적으로 매월 둘째와 넷째 목요일에 열리기 때문에 그 날짜마다 선고가 있을 것이라는 설이 돈 셈이다.
곽 교육감 행보도 바빠졌다.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무죄다”라는 동영상을 올리는 가하면, 책을 발간하고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도 열을 올렸다. 그러나 선고일에 대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그가 무슨 까닭에선지 8월23일 설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곽 교육감은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법원 선고일이 23일로 정해진 것처럼 보도가 되고 있는데 현재로선 아무런 일정을 통보받은 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법원이 선고를 하려면 최소 선고일로부터 2주일 전 수요일에 평의가 열려야 하는데 8일은 여름휴가여서 열리지 않았다”며 “23일 선고는 없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곽 교육감의 설명대로라면 8월 ‘선고’는 불가능한 셈이다.
반면 8월23일설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곽 교육감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명기 전 서울교대 교수에 대한 구속기간이 다음달 13일 만료되기 때문에 이달 23일에 선고가 내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고심에서는 3차례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어 1차례 더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이 또한 확실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같은 이유로 다음 달 소부 선고예정일인 9월13일 또는 27일 최종 결론이 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들도 있다.
곽 교육감이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을 두고 교육청 주변에서는 레임덕 현상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다음 주로 예고된 전문직 인사에서 본청을 빠져 나가려는 사람들의 경쟁이 치열하다거나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일을 빨리 진행시킬 필요가 있겠느냐는 등 ‘복지부동’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교육청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서울지역 학교 역시 학칙 개정을 미루고 있다. 인권조례를 따르기도, 교과부 지침에 따라 학생‧학부모‧교원 합의를 통해 학칙을 마련하는 것도, 어느 쪽도 하지 않고 눈치만 살필 뿐이다.
한국교총은 지난달 17일 곽 교육감에 대한 조속히 판결을 내려 달라는 건의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고, 같은 날 안양옥 회장이 강창의 국회의장을 만나 대법관 인준을 서둘러 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본부가 대법원 앞에서 곽 교육감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곽 교육감은 4월17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1년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상 규정된 상고심 법정시한도 이미 한 달이나 지난 상태다.
“보름 간격으로 터지는 소문에 서울 교육은 3개월째 표류하고 있다”고 밝힌 교총은 “결국 9월 인사마저 곽 교육감이 하게 됐다”며 “늦어지는 대법 선고에 마지막 칼자루까지 모두 휘두르고 가는 격”이라고 일갈했다. 대법관 공석사태로 인한 공백도 어쨌든 2일 일단락됐다. 대법원이 더 이상 판결을 미룰 이유도, 미뤄서도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