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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KEDI 원장 재공모 수순…사실상 차기정부 몫

교육정책은 정권 종속물인가

낙점설, 연장설 등 소문만 무성했던 한국교육개발원장(이하 KEDI) 공모는 결국 신임원장 선임을 하지 못하고 무산됐다.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경사연)는 2일 열린 제142차 이사회에서 KEDI 원장 공모에 지원한 권대봉 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박재윤 KEDI 석좌연구위원, 송광용 전 서울교대 총장 등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으나 결론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종 설들은 공모를 한참 남겨 둔 6월경부터 구체적 인물이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러나 공모 마감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당연히 낼 것으로 알려진 후보들이 원서를 내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낙점설’이 유력하게 떠올랐다. 현 원장의 임기 만료일까지 인터뷰 일정이 잡히지 않자 또다른 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정권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대한 부담 등을 앞세워 현 원장 임기 연장설, 후보 일부 사퇴설 등의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국감일정 등에 따라 한국행정연구원장 공모와 함께 인터뷰 일정이 2일로 연기된 것이라는 경사연측의 해명에 따라 다시 낙점설에 무게가 실렸으나, 당초 1일로 예정됐던 KEDI 원장 이임식이 돌연 연기되면서 감지된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2일 후보자 인터뷰는 실시했으나 원장 선임은 하지 않는 결과로 연결됐다.

경사연 관계자는 “차기 이사회에서 현재 공석인 통일연구원장과 공모와 함께 재공모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만 언급했으나 경사연과 교과부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번 KEDI 원장 공모야말로 정치적 압력으로 시작해 압력으로 마무리된 최악의 사례”라고 혹평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 인사에 의해 공모를 준비하던 이들이 서류접수를 포기한 것이 시작이었다면, 원장 선임을 하지 못한 것은 교과부 인사의 개입에 따른 것”이라고 폭로했다.

정권 말이라는 것이 부담스러웠다면, 같은 날 공모를 진행한 행정연구원장도 선임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KEDI 원장만 선임하지 않은 이유는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경사연은 한국행정연구원장에 이은재 건국대 교수를 선임․임명했다.

후보자 중 1인이었던 모 교수는 “어차피 임명을 하지 않을 작정이었으면 인터뷰는 왜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뒤늦게 낙점자가 있다는 소문을 접했지만 교육정책을 집행하는 기관도 아닌 정책연구기관 공모가 이렇게까지 정치에 휘둘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KEDI 관계자도 “소식을 듣고 행정연구원장도 선임하지 않은 줄 알았다”면서 “중립적이어야 할 교육계가 가장 정치적인 것 같아 우려된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선거든 공모든 겉모습만 다를 뿐 교육계 수장이 모두 정치에 휘둘려 종속화 되어가는 현실을 빗대어 개탄한 것이다.

경사연이 통상적으로 이사회를 한 달에 한번 꼴로 열고 40일 정도에 걸쳐 공모를 진행해 온 선례로 볼 때, KEDI 원장 재공모에 대한 결과가 18대 대통령선거 이전에 나올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결국 대한민국 교육정책의 싱크탱크, KEDI의 수장은 차기 정권 실세의 몫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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