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이었던 교사
학생일탈 이해 못해
노력해도 실패한다는
사실이 이제는 보여
“많은 선생님들이 그렇겠지만, 저도 학창시절 때 모범생이었어요. 일탈을 해 본 적이 없으니 그러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장재일 안산디자인문화고 교사(35)는 3년째 담임 맡기를 회피한 ‘담임 기피’ 교사였다. 장 교사가 담임을 기피한 것은 힘든 일이 싫어서는 아니었다. 맡은 학생들이 엇나가기만 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교사가 맡았으면 엇나가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였다.
그는 “아이들이 담배 피우고, 가출하고, 학교를 안 오는 걸 이해하려고 했지만 실은 일탈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시인했다. 학생들과 대화의 시간도 마련했지만 오히려 자괴감만 더했다. 어머니를 만나 ADHD 상담을 권했다는 이유로 한 학생은 “선생님이 나를 정신병자 취급해 학교 다니기 싫다”고 말한 것이다.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출연을 신청할 때는 절박함이 극에 달해 “실패한다면 교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고 고백했다. 이후 그는 학생들 이름 외우기, 보드게임하기 등 다양한 미션을 수행해나가면서 아이들에게 다가갔고, 아이들도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결정적 성찰의 계기는 체육대회를 통해 찾아왔다. 그는 “이어달리기에서 바통을 놓쳐 꼴찌를 하게 됐을 때 느꼈다”면서 “너무 높은 기준을 제시해 놓고 실패했다고 규정해 노력하는 아이들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저는 노력하는데 선생님이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노력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학생에게 “이제는 기다려주면 되겠는지를 물어 볼 여유가 생겼다”는 장 교사가 코칭을 통해 배운 것은 수업 이전에 ‘관계’라는 사실이었다.
“수업이 꽃이라면, 수업 밖에서의 관계가 뿌리라고 볼 수 있어요. 관계라는 뿌리가 잘 서야 교과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이라는 꽃도 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방송: 5일(수) 오후 7시 35분
*사진: 장재일 안산디자인문화고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게임을 하며 즐겁게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