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19일 대구 덕원중학교 권 모 군은 같은 반 학우들로부터 상습적인 괴롭힘을 당하다 유서를 작성 한 뒤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세상에는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으로 알려진 이 일로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새롭게 대두됐다. 그동안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그 대책에 대한 논의는 계속 됐지만 결국 이 일을 계기로 정부는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마련하게 된다.
이 사태가 있은 지 1년. 과연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했을까. 한국교총이 13~18일 전국 초․중․고 교사 26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적어도 선생님들의 인식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설문에 따르면 응답한 선생님의 92.6%는 ‘학교폭력이 범죄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으며, ‘아니다’라고 답한 선생님은 7.4%에 그쳤다. 이는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전 범죄라고 생각했는가’라는 질문의 ‘그렇다’ 73.6%, ‘아니다’ 26.4%에서 크게 변화한 것으로 선생님들이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이 많이 엄격해 진 것으로 해석된다.
선생님들의 생각의 변화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생님께서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1년 전과 비교해 얼마나 노력하시고 계십니까’ 질문에 ‘많이 노력한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 중 53. 5%를 차지했으며, ‘아주 많이 노력한다’는 응답도 26.0%에 달했다. 선생님의 10명 중 8명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논란이 됐던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생부에 기록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문에 선생님들의 73.2%는 ‘기록해야 한다’고 답해 보다 엄격한 방법으로 학교폭력을 다스려야 한다는 인식이 확인됐다.
학생부기재를 포함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효과적인 대책을 묻는 질의에는 25.7%의 선생님이 ‘학생상담시간을 확보’를 답했으며, 학교보안관 등 보호인력 운영(24.9%), 학생부 기재(23.4%), 학부모상담강화(16.4%)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도 학교폭력실태조사, 117신고센터 운영, 일진경보제 도입 등이 소수의견으로 반영됐다.
학교 현장 교원들의 이같은 인식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은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달 16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발표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의 추진 성과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117신고센터 운영의 효과, 피해학생 치유를 위한 힐링캠프, 예술체육 활성화를 통한 인성교육, 프리허그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공립 중학교 교감은 “학교에서 필요한 대책과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는 온도차가 있다”며 “일선에서는 즉각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는 장기적 차원의 대책들만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긴 안목의 장기대책도 필요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을 대안도 조화롭게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이 교감 선생님의 설명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과의 불협화음에 대한 지적도 현장 교사들로부터 나왔다. 경기의 한 고교 교사는 “교과부와 친전교조 교육감들간의 갈등으로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를 놓고 혼선이 있었다”며 “학교폭력 문제만큼은 여․야, 보수․진보를 떠나 한마음이 돼 학생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