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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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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신문 수기공모 은상> 수상소감

“희망은 휘청거리는 불안 끝에서 시작된다”

불안의 끝에서 바람에 흔들리며 휘청거리는 것이 희망이다. 그렇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고 희망이다. 한번 나뭇가지를 봐라. 어디서 다시 시작하는가? 바람에 휘청거리며 눈비에 얼어 가장 파르르 떨고 있는 곳이 어디인가. 그리고 어디서 푸른 싹이 나고 꽃망울이 맺히고 꽃이 피는가. 흔들리는 것은 꽃을 피우기 위한 아름다운 몸부림이다.

수기를 쓰고 나니, 문득 옛날에 쓴 ‘안동 진명학교, 봉식이’란 시가 생각난다. “그 나이면 남들은 고등학교를 마쳤는데/봉식인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다 듣지를 못하기에/말을 못하는 건 당연한 이치거늘/봉식인 후배인 어린 선배들이 떠나는 졸업식 날/송사를 읽었다 으…응으 마음보다 크게/으으으… 소리 내어 읽으니 강당엔 눈물 꽃이 피었다/이어 몸짓으로 낭송하는 졸업생 답사가 있었고/낡은 오르간 소리에 맞추어 손발 짓으로 함께 부르는/소리 없는 작별의 노래를 마지막으로/졸업식은 끝났다 그러니까 올해로/어느 단체에서 돌봐준다는 교정의 자선 꽃은/꼭 열한 번째로 피어난 셈이다 으으…으으으/낯선 몸짓과 이상한 울음을 배우고/손발가락으로 수(數)를 셈하기 위해, 봉식인/와룡에서 안동까지 완행버스로 통학을 한다/으…응…… 세상으로 나올 때부터/으으…으 말문이 막혀버린 부끄럽지 않은 죄가/사람들로부터 그를 멀리하게 했을까/불편한 몸이 미워 스스로 숨죽인 슬픔으로 살았을까/슬쩍 봄이 보이는 텅 빈 벤치에 앉아/봉식인 이미 타인이 된/고향 떠나 서울서 대학 다니는 소꿉친구에게/으으…으… 서툰 연필 글씨로 편지를 쓰며/잠들지 않으려고 홀로 잡초처럼 바람에 펄럭인다”

시 속 봉식이나 수기 속의 주인공 한이, 국이에게 말하고 싶다. 그래 희망은 원래 휘청거리는 불안에 끝에서 시작하는 거란다. 거친 바람과 눈비를 이기며…. 그리고 너희들은 그 가지 끝에서 자신만의 빛깔과 향기를 가진 꽃을 충분히 피울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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