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영국의 전국교원조합(National Union of Teachers, NUT)은 주당 근무시간 35시간을 준수하고, 수업시수를 20시간으로 제한할 것을 요구했다.
NUT에 따르면, 수업시수를 20시간으로 제한할 경우 현행 학교교원 보수근무 규정 및 지침(STPCD)에 따르면 영국 정규 교사의 연간 책임근무시간은 1265시간, 근무일수는 190일이다. 근무일 중 5일은 수업 이외의 업무만 할 수 있어 연수에 많이 할애된다. 결과적으로 실제 법정 수업일수는 190일이 된다.
하지만 책임근무시간은 수업시수가 아니라 수업계획·준비·평가 시간(planning, preparation and assessment, PPA)과 학부모·학생 상담 등을 모두 포괄한 총 근무시간이다.
실제 수업시수는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정부 지침이 학생들의 연령에 따라 21~25시간의 주당 수업시수를 권장하고 있고, STPCD에 따라 수업 준비와 평가 시간인 PPA 시간을 수업시간의 10% 이상 의무적으로 시간표에 배정해야 하는 만큼 중등의 경우 25시간의 수업 시간 중 22.5시간을 근무하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많은 중등학교들이 25시간 정도의 수업시간을 운영하고 있고, 2주 단위 시간표를 편성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한 주에는 22시간, 다른 주에는 23시간 수업을 하게 된다. 초등의 경우는 학생들의 수업 시간 자체가 21시간~23.5시간이기 때문에 20시간 내외의 수업을 한다.
NUT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총 근무 시간 35시간 중 PPA 5시간을 교사가 원하는 장소에서 할 수 있게 된다. 즉 총 근무시간 중 5시간은 재택근무가 가능하게 된다. 이 외에도 5시간은 학생들을 직접적으로 대하지 않는 교사협의회 등의 업무 시간인 ‘비접촉’ 시간으로 할애된다. 나머지 5시간은 각 학교와 교사의 상황에 따라 PPA 시간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관련 업무 시간으로 이용된다.
NUT는 그간 나온 교원 근무시간 관련 통계들을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다. 크리스토퍼 덴슨 NUT 코벤트리 대의원은 “공식적인 자료에 따르면 중등교사는 50.2 시간, 초등교사는 49.9시간을 일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tesconnect.com’이라는 교육전문웹사이트의 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55%의 교사가 주당 56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방학 기간을 포함해 연간 평균 근무시간을 산출해도 48.3시간으로 영국 내 직업군 중에서는 최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8%의 교사들이 실제 교실 수업보다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답해 단 10%만을 의무적으로 배정하도록 돼 있는 PPA 시간 규정과 현실의 간극을 보여줬다.
그러나 NUT의 주장이 쉽게 관철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클 고브 교육부 장관은 NUT의 요구 이후에 기자회견을 갖고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우리보다 더 높은 수준의 수학이나 과학 지식을 배우기 위해 더 긴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더 짧은 방학을 가진다”며 “고된 노력이 성공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을 비롯한 사회의 시선도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크리스 맥거븐 ‘참교육운동(Campaign for Real Education)’ 회장은 “우리는 학생들의 성취도와 행동을 개선시키기 위해 교사들이 더 많은 시간을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내기를 원한다”고 요구했다. NUT 자체도 주장의 관철을 위해 준법 투쟁을 천명했으나, 소속 회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