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80~100시간…토론․논술 자동 대비
Pass/ Fail 방식 ‘인성교육 인증서’ 부여

‘우리나라 경제 여건상 경제 성장이 복지(분배)보다 우선이다.’
인천 송도고(교장 오성삼) 1학년 학생들의 이번 주 인성교육수업 토론 주제다. 얼핏 보면 인성과는 별 상관없는 것 같지만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협동정신’의 가치를 체득한다.
송도고는 매주 화~금요일 5교시에 인성교육을 진행하고 수업은 일주일 단위로 실시한다. 화요일에는 학교에서 준비한 동영상을 보고 수‧목요일에는 깨달은 점이나 실천 방안 등에 대해 토론한다. 금요일은 배운 내용을 글로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주말에는 결심한 것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본 후 다시 월요일에 교사가 확인하는 방식으로 사이클이 돌아간다.
한 회당 일주일에 네 시간 씩 총 25회로 구성된 프로그램에는 ‘금연’, ‘준법정신’, ‘학교폭력 예방’, ‘생명존중’ 등 다양한 주제들이 포함돼 있다.
<표 참조> 평가는 출석점수, 누가기록장 작성 등을 종합해 Pass/Fail로 이뤄진다. Pass 판정을 받은 학생들에게는 인성교육 인증서가 주어진다.

초․중학교도 아닌 고교에서, 그것도 정규 수업시간에 매일같이 인성교육을 한다면 ‘국․영․수를 한 시간씩 더 늘리라’는 반발도 있을 법 한데, 이 학교 김연호 교사는 “절대 없다”고 일축했다. 왜 그럴까. 일회성 특강에 그치고 마는 대부분의 인성교육 프로그램과는 달리 토론과 글쓰기를 통해 ‘인성교육’과 ‘논술 대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악법도 지켜야 하는가’(질서), ‘심청이식 효는 옳은가’(경로효친), ‘낙태는 옳은가’(생명존중) 등 학생들에게 글쓰기 ‘스킬’이 아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포인트다. 2학년은 인성교육 대신 ‘국제사회의 이해’를 주제로 같은 방식의 수업을 운영한다. 3학년이 되면 그동안 작성한 포트폴리오를 면접과 논술에 활용하면 된다.
조준영 군은 “인성교육 인증제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체험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조 군은 “얼마 전 무거운 짐수레를 끌고 가는 할머니를 보았는데 도와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행동에 옮기기가 전에는 어려웠다”면서 “경로효친에 대해 토론하고 글을 썼던 것을 떠올리니 양심의 가책이 느껴져 집까지 모셔다 드렸다”고 설명했다.
송도고의 ‘인성교육 인증제’는 15일 실시된 인실련의 제1회 인성교육프로그램 인증 공모전 최종 심사에서 ‘인증’을 획득, 전국에 보급될 예정이다.
“대한민국 학교라면 모두 적용 가능”
오성삼 교장의 열정, 담임교사 헌신으로 완성

“어느 학교에 적용해도 운영 가능한 인성교육 대표 모델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차분하게 입을 뗀 오성삼(66‧사진) 인천 송도고 교장의 설명에서 이번 인성교육 인증프로그램에 들인 열과 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해 건국대 교수로 정년퇴임하면서 9월 초빙으로 부임한 오 교장은 “인성교육조차 입시에 함몰되면서 개념 혼란을 겪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정말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오 교장은 먼저 5명의 교사들과 TF를 구성, 각종 연구와 심포지엄 등을 분석해 지금의 교육계획을 완성시켰다. 정규 시간에 인성교육 수업을 연간 80~100시간이나 편성할 수 있었던 방법은 3학년에 배정된 창의적 체험활동 시수를 1학년으로 미리 끌어오는 것이었다.
제대로 운영하려면 담임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학년교무실을 따로 구성하고 행정업무는 비담임 교사들에게 맡겼다. 행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매일 5교시를 담임과 학생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자 레포 형성도 학급별 단합도 더 잘 이뤄졌다.
“시작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동영상 및 토론 내용들을 더욱 발전시킬 계획”이라는 오 교장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학교라면 어디에서나 손쉽게 운영할 수 있도록 완성도 높고 효과 좋은 프로그램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